[대영웅] 정벌(12)

기사입력 1998년 01월 15일 15시 28분


몽골제국이 국호를 대원（大元）으로 고친 것이 지원（至元） 8년인 1271년이었다.

그동안 남송은 1259년 몽골제국의 몽케칸의 죽음으로 토벌군이 철수한후 십수년간 몽골군의 침입을 받지 않았는데 그것은 몽골제국 내부의 후계자 싸움과 하이도의 반란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73년인 지원 10년 대원제국의 황제 쿠빌라이는 남송 정벌을 재개했다.

이제 중국내륙에서 마지막 남은 남송을 정벌하여 천하를 통일할 기회가 온것이다.

윤의충의 정동행성군이 출정하기 전날 밤 개원성밖 벌판에 세워진 윤의충의 진막에는 세명의 장수가 둘러앉아 있었다.

윤의충과 구광 만척이다. 이미 깊은 밤이어서 간간이 번을 서는 위사들의 발자국 소리만 들릴뿐 주위는 짙은 정적에 덮여 있었다.

윤의충이 입을 열었다.

"남송의 멸망은 목전에 다가왔다. 남송은 재상 기사도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나 그자는 무능하고 부패한 간신이다."

그가 구광과 만척을 둘러보았다.

"너희들도 곧 패망한 국가의 백성이 왕과 어떻게 되는가를 곧 보게 될것이다. 왕과 무능한 대신들이 제 사리사욕만 차린 결과로 죄없는 백성들만 도탄에 빠지게 된다."

"고려에 홍다구라는 고려놈이 있소이다. 놈은 원의 장군으로 고려군민총관이란 견서가 있어서 왕과 임연도 그놈의 말을 거역하지 못합니다."

만척이 말을 이었다.

"놈은 일본원정에 필요한 배를 만들고 군량과 말을 모으는데 놈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소이다."

윤의충이 머리를 끄덕였다. 쿠빌라이는 고려를 형제의 나라로 부르더니 후에 신하의 나라로 낮추었고 곧 점령지로 대우했다.

왕의 무조건적인 복종에다 집권자인 임연의 무능과 독선이 가져다준 고려국의 위상이었다.

임연은 자신의 세력만을 강화섬 안에 굳힐뿐 원에 대한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남송이 재상 기사도의 무능과 독재로 쓰러지기 전이라면 고려는 이미 함락된 속국이다.

홍다구의 횡포에 말한마디 거역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번에는 남송정벌에 3만 군사까지 보내었다.

만척이 머리를 들었다.

"장군, 몽골놈과 마찬가지로 왜구의 극성이 심합니다. 소장이 이곳에 오기 직전에도 왜구의 대선 다섯척이 고려땅에 상륙 하는것을 보았소이다."

그가 말을 이었다.

"영주의 직속무장이 거느린 선단이었소이다. 놈들도 몽골과 고려의 연합군이 곧 일본땅을 정벌 하리라는것을 알고 있을 것이오."

"쿠빌라이는 남송을 정벌하면 곧 일본을 친다. 섬나라로 대륙의 풍운에 휩싸이지 않았던 일본이나 곧 몽골대군이 진입하면 세상이 넓은것을 알게 될것이다."

윤의충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구광이 받았다.

"이왕 몽골놈의 장수가 되었으니 차라리 군사를 끌고 왜구를 치고 싶소. 그놈들은 이제 내륙 깊숙히까지 들어오고 있소이다."

"내일이면 출정이다."

상반신을 세운 윤의충이 그들의 머리위로 시선을 주었다.

"남송의 조정은 썩었지만 아직도 명장（名將）에 강군（强軍）이 많다. 의（義）와 충（忠）을 위하여 죽어가는 그들을 보면 우리들은 깨달음을 얻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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