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SBS에 짜릿한 역전승
기사입력 1998년 01월 14일 15시 43분
청주 SK 나이츠의 `무명 기사（騎士）' 이규철（23）은 특출난 스타가 없는 SK에서 `무명중의 무명'이다.
경복고를 거쳐 홍익대에서 활약하다 96년 진로에 입단한 게 그의 이력의 전부다. 일반팬들은 물론 농구 전문가들도 그의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다.
올시즌 중반을 넘어서도 벤치워머를 면치 못하며 철저히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이규철은 마침내 이름 석자를 팬들 앞에 공개할 기회를 가졌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13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SBS전.
경기에 앞서 SK 안준호 감독은 `베스트5' 가운데 한자리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발목부상으로 결장한 윤제한의 공백을 메워줄 마땅한 선수가 없었던 것이다. 고민 끝에 안감독이 이규철을 불렀다.
지난 8일 나산전서 1쿼터 7분 동안 출전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풀타임을 뛰라는 안감독의 지시였다.
코트에서 그의 임무는 득점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주득점원 래리 데이비스를 찰거머리처럼 마크하는 것.
이규철의 `데이비스 발목잡기'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비록 2쿼터 5분31초만에 일찌감치 5반칙 퇴장당했지만 데이비스를 13득점으로 꽁꽁 묶어놓았다.
게다가 데이비스의 헐거운 수비를 틈타 오픈 찬스에서 9득점을 올리는 짭짤한 공격력도 발휘, SK 대역전승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안감독은 이규철을 "팀에서 가장 투지가 좋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앞으로 9개 구단의 주득점원들이 이규철이라는 이름을 두려워할 날이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