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12)문신
기사입력 1998년 01월 14일 15시 43분
부산교도소 탈주범 신창원（30）이 홍길동 이상으로 수사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경찰을 우롱하고 있다.
이 희대의 탈주범은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데다 여자관계도 꽤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또다른 뒷얘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신창원은 등에는 장미 새 사슴 토끼, 오른쪽 허벅지에는 9송이의 장미, 양팔에는 장미 문신을 새겼다고 한다.
남태평양의 섬에 사는 여인들에게 문신은 남자를 유혹하는 수단이었다.
특히 폴리네시아의 여인들은 결혼할 때가 되면 남자를 맞이할 나이가 됐다는 표시로 문신을 했는데, 얄궂게도 그 장소가 하필이면 불두덩이었다. 불두덩에 새긴 문신은 검은 줄로 그려진 활 모양이었다.
불두덩 문신은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다. 비스마르크 제도의 여자들도 불두덩의 이곳저곳에 붉은 물을 들인 듯한 문신을 즐겨했다.
포나페 섬이나 사모아 섬 등지의 여자들은 불두덩을 슬쩍 피해 아랫배 부분에 넓은 띠처럼 생긴 문신을 했다.
그런가 하면 그린랜드의 여자들도 문신이 있어야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여자애들이 어릴 때 문신을 해주곤 했다.
심지어 벨라우 섬의 처녀들은 남자들과 성교를 하고 난 뒤 남자로 하여금 자신의 불두덩에 문신을 새기도록 했다.
그 문신을 받아야 여자들은 비로소 성숙한 여인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문신은 남자의 사랑을 받았다는 자부심의 표시이기도 하다.
J S 쿠바리라는 사람이 1889년 간행한 `미크로네시아 특히 캐롤라인 제도의 문신'이라는 책에는 "치부는 문신으로 신중하게 가려져 있는데 문신의 그림은 대음순이나 질에까지 미치고 있을 정도"라고 전하고 있다.
불두덩 문신은 따지고 보면 일종의 성기화장（性器化粧）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섬의 원주민들은 왜 이같은 성기화장, 즉 문신을 했던 것일까.
여러 설이 있겠지만 서양사람들은 그 이유를 신체적인 조건에서 찾기도 한다.
즉 남방 민족은 생래적으로 치모의 발육이 활발하지 못한데다 숱 마저 적어 문신으로 강조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쉽게 말하면 머리숱이 적은 사람이 가발을 쓴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치모의 발육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고 숱 또한 많은 서양인들의 시각이 아닌가싶다.
어쨌거나 신창원이 잡히면 물어보자. "왜 그렇게 문신을 해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