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씨] 첫 국내 개인전 갖는 '문화게릴라'
기사입력 1998년 01월 14일 15시 43분
미술계의 문화게릴라 최정화씨(37).
외모부터 튀는 그는 90년부터 반기성의 기치를 높이 들어 현실비판적인 정체성찾기 작업을 해온 작가.
그러나 일반인들에겐 미술작가보다 파격적인 카페의 실내디자인과 영화의 미술감독 등으로 더 친숙하다.
영화 `나쁜 영화' `301_302' `모텔선인장'의 미술감독, 안은미 박나훈 무용의 아트디렉터, `올로올로' `살' 등 카페와 `보티첼리' `쌈지 스포츠' 등 패션숍의 실내디자이너, 춤월간지 `몸'의 아트디렉터가 모두 그의 얼굴이다.
92년부터 `가슴．시각개발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작가로서는 바람 넣은 대형 로봇, 커다란 꽃 등 기성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작품과 비디오 작업 등을 통해 우리 문화의 몰개성적이고 답답한 실체를 고발해왔다.
"이제 진짜 가짜의 경계는 없어졌어요. `뭐뭐'같은 것이 우리의 현주소예요. 제작품도 모두 남이 만든 것들이에요. 온통 `카피'죠. 나도 남이 만든 `짜가'일지 몰라요."
그는 해외에서 더 활발하게 작품전을 해왔다. 95년부터 일본 도쿄 아시안센터, 미토미술관 등 해외화단의 초대를 받기 시작, 뉴욕, 파리, 태국, 시드니 등지에서 초대전, 개인전을 열고, 99년 전시초대까지 차있다.
그러나 국내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 안 팔리는 작품을 초대해줄 화랑이 있으리라 기대도 하지 않았으나 최근 한 화랑에서 초대전을 제의해와 내심 놀라고 있다.
초대자는 국제화랑 큐레이터 박경미씨. 우경문화재단 전시기획자상 수상(97년) 기념으로 16일부터 2월 7일까지 국제화랑(735_8449) 초대전을 마련해준 것.
전시제목은 `빗나간 연결, 다시 이음'의 뜻인 `디스로케이션, 리로케이션(DISLOCATION, RELOCATION)'.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작업, 합성비닐과 공기압축기를 이용한 조각작품, 비디오 작업 등으로 근대화가 안고 있는 허상과 그 내면의 천박한 욕망 등을 까발린다.
출품작은 금색 방수천의 대형 여신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빼는 `앙코르, 앙코르 앙코르', 바람을 넣은 대형 로봇을 일으켜세우다 끝내 넘어뜨리게 만든 설치작품 `갑갑함에 대하여_로봇의 죽음', 잔칫상의 오색 사탕탑 `슈가슈가_위험한 관계', 교통경찰을 진짜처럼 만든 `퍼니게임' 등.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일본 후쿠오카미술관에 소장돼 있고, 요코하마 카미오 오카 역앞에 상설 설치돼 있다. 홍익대 서양화과, 중앙미술대상 대상(87), 토탈미술상(97) 수상.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