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빈 '사고뭉치 해프닝에 폭소'
기사입력 1998년 01월 14일 15시 43분
이제는 외국여행 나가는 게 예전같지 않지만 이른바 거품경기로 흥청거리던 시절, 외국여행 갔다오는 사람들은 더러 비행기에서 `미스터 빈'을 만났다.
피곤한 여정을 한결 덜어주는 한줄기 웃음, TV시리즈 `미스터 빈'으로 유명해진 배우 로완 아킨슨의 보디랭귀지는 그야말로 답답한 가슴을 톡 쏘는 청량제로 부족함이 없었다.
마임에 가까운 간결한 대사, 고무줄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다양한 표정연기.
언제나 사고만 저지르는 사고뭉치인데도 `미스터 빈'은 밉질 않았다. 오히려 저급한 대사로 웃기거나 엎어지고 자빠지는 억지연기로 웃기는 것보다 훨씬 신선했다.
`미스터 빈'의 제작팀은 욕심을 조금 더 냈다. 바로 이 TV시리즈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냈다.
영국 BBC방송사상 최고의 시청률 60%, 영국 최고의 비디오 판매 700만개 등의 기록을 가진 `미스터 빈'을 영화로 만들면 또다른 `맛'이 있지 않을까 해서.
결과는 대성공. 영국을 비롯해 개봉하는 나라마다 놀라운 흥행기록을 수립하면서 무려 2억5천만달러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웠다.
`빈'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좌충우돌 사고만 치고 나몰라라 하던 TV시리즈와는 달리 자신이 저지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성숙한 모습'이다.
또 TV시리즈에서는 로완 아킨슨에게 거의 대사가 주어지지 않았으나 영화에서는 드라마 구조상 필요한 `절대 대사'가 나온다. 로완 아킨슨의 목소리가 그토록 `남저음 목청'인 줄을 미처 몰랐을 정도다.
영화에서 빈은 영국 왕립미술관의 골치덩어리 직원으로 나온다. 미술관 이사들은 빈을 내쫓기 위해 미국 최고의 걸작 `휘슬러의 어머니'를 미국 그리어슨 미술관으로 송환하는 행사에 빈을 대표로 파견한다. 빈이 사고치고 망신을 당해서 돌아오길 기원하면서.
물론 이사들의 기대는 물론 관객들의 기대대로 빈은 가는 곳마다 사고를 친다. 비행기에서부터 시작해 공항, 미술관, 병원 등 가는 곳마다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는다. 도저히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휘슬러의 어머니'를 감상하던 빈이 재채기를 하고, 그 침이 그림에 튀는 장면. 빈은 침을 닦으려고 문지르는데 그만 그림까지 지워지게 되는 `엄청난 사고'를 치게 된다.
빈의 진가는 이때부터 발휘된다. 멍청한 바보인 줄로 알았던 빈의 기상천외한 사고 수습작전은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빠른 템포의 극적 전개도 한몫한다. 멜 스미스 감독. (17일 서울 명보극장)
[이창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