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티스타] 음란물, 대법원 판결에 문화계 반발
기사입력 1998년 01월 14일 01시 15분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소설이 중남미 에로티시즘 문학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이 분야 국제상 최종후보에까지 올랐던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우리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고도 상세한 성에 관한 묘사 서술을 했다면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음란한 간행물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화계 인사들은 이에 대해 "명백한 문학－문화탄압이며 출판탄압"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법의 잣대로 문학작품을 재단하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예술은 감상의 대상이지 법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설사 법이 예술을 재판할 경우라도 법관은 외설도 알고 예술도 알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사법부는 외설만 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겉으로 보기에 외설처럼 보이는 작품일지라도 작가가 그렇게 표현한데는 `문학적 의도'가 있는 법"이며 "성과 에로티시즘이 현대문학에서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방법중의 하나라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중남미문학 연구자들도 판결에 대해 비판적이다.
박종욱박사(외국어대 서반아어과)는 "이번 문제가 된 작품 뿐만이 아니라 중남미문학에서는 예술과 외설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에로티시즘이 빈번하게 문학적 장치로 사용된다"며 "현대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백년동안의 고백'에도 근친상간 등의 내용이 일부 있어 문제삼기로 들면 끝이 없다"고 법의 일방적 판결을 우려했다.
그 역시 "문학을 읽는다는 행위는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과정 그 자체"라며 "이번 판결처럼 작품의 한 면을 침소봉대할 경우 어떤 작가가 글을 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화평론가 김진만씨도 "국내에는 아직 올바른 성문화 논의의 창구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이런 마당에 사법부가 나서 작품의 일부 문구를 문제삼는 것은 폭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열음사측은 지난 96년5월 발행한 `아마티스타'가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출판사등록을 취소당하자 소송을 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