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변질된 '이영민 타격상'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6분
대한야구협회는 58년 2월23일 열린 제12회 대의원총회에서 이영민 타격상을 제정했다.
일제치하에서 선수로 활동하며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광복후에는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의 기틀을 닦은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대한야구협회는 8개 전국대회 가운데 5개대회 이상에서 15게임 이상 출전하고 규정타석 60 이상인 고교선수 가운데 최고 타율 선수를 시상해 왔다.
97년에는 63타석에 나가 53타수 30안타로 무려 5할6푼7리의 타율을 기록한 애틀랜타 봉중근（신일고 2년중퇴）이 대상자였다.
봉중근은 청룡기 최우수선수를 비롯, 각종 국내 대회를 휩쓸었을 뿐더러 작년 8월 캐나다 몽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MVP를 받아 4강에서 탈락한 한국야구의 체면을 세웠다.
애틀랜타가 거금 120만달러를 싸들고 한국까지 날아온 것도 이런 눈부신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 영예인 이영민 타격상은 봉중근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로 넘어갔다.
이유는 단 하나.
봉중근이 아마야구에 남아있지 않고 메이저리그 구단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이영민 타격상은 그 본질이 왜곡돼 왔다.
스카우트 파동으로 프로_아마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프로행을 결정한 선수는 수상 자격을 박탈했다.
지난 93년 LG 입단을 예정한 김재현 대신 당시 신일고 1년후배였던 조 현이 대신 수상한게 비근한 예다.
고인의 업적을 받들자는 뜻의 이영민 타격상은 프로_아마간의 분쟁에 휩쓸려 이미 그 뜻이 변질돼 버렸고 이제는 `아마야구 폐쇄주의'의 상징이 돼 버린 느낌이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지난 11일 "일부 운동선수들이 조국을 배반하고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고 작년말 자유를 찾아 쿠바를 탈출한 국가대표 출신 투수 올란도 에르난데스를 비난했다.
고교생으로 메이저리그팀에 입단해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린 봉중근에게 칭찬은 안 할 망정 수상 자격까지 빼앗아 버린 대한야구협회의 처사와 카스트로의장의 비난이 다를 바 있을까.
[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