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권민중 '너 형사맞아?장난인데 왜울어'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영화 `투캅스3'에서 여자들만 보면 못된 짓을 일삼는 파렴치한과 사회를 어둠으로 몰고 가는 남자들을 시원스레 격퇴시키는 김형사역의 권민중은 `캅스 걸'이 되기 위해서 한달 동안 무술감독 김춘식에게 격투기를 배웠다.
덕분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의 `캅스 걸'로서의 자질을 마음껏 발휘.
오늘은 영화 속의 파트너 김보성과 사건 해결방법을 놓고 `티격태격' 아침부터 자정까지 땀을 뺀 권민중은 지쳐 널브러질 지경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늘따라 김상진 감독의 표정이 반은 일그러져 있다.
`필름을 보면 알겠지.'
하루 촬영분의 필름을 보는 시각, 전스태프들이 시사실로 들어간다.
권민중이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그들의 그림자를 밟아 나가는 순간 김감독의 큰소리가 턱하니 앞을 가로막는다.
"민중인 밖에서 기다려！ 민중이만 빼고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들어 오세요！"
`나 때문에 일이 난 모양이구나. 휴우.'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리쉰 권민중은 오늘 촬영 중에 자신 때문에 NG가 났던 장면을 헤아려 본다.
`한 번, 다섯 번, 스무 번, 스물 다섯 번. 역시 다른 날보다 NG가 많았어.'
이쯤 되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그리고 마음 졸인 지 한 시간. 시사실로 불려 들어 온 권민중을 김감독과 스태프들이 대차게 치고 나간다.
"권민중！ 너 여형사 맞아? 아니면 영화 말아 먹으려구 작정을 한 거야！"
"지금도 늦지 않았어. 여주인공을 바꾸자구！ 아직 반밖에 찍지 않았잖아！"
이쯤 되면 사방팔방이 막힌 셈. 나갈 길이 없는 권민중은 눈물을 터뜨린다.
"죄… 송합니다. 다… 다시 한번 기… 기회를 주… 줄 수 어… 없을까요?"
겨우 떨리는 입술을 놀리며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내려 놓은 권민중에게 이번엔 웬 벼락? 뜻밖에도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놀라 두리번거리는 권민중에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김감독이 손을 내민다.
"히히. 장난 한 번 잘했다. 권민중！ 됐어, 자∼ 알 했어！ 역시 권민중이야."
알고 보니 김감독과 전스태프들이 권민중을 놀리려고 처음부터 세운 계획. 이래 놓으니 권민중이 모르는 것은 당연.
안도의 한숨을 쉬고 눈물을 닦아 내리며 비로소 웃음을 보이는 권민중에게 김감독의 비아냥이 흘러나온다.
"권민중！ 울다가 웃으면 어디 털나는 것 몰라? 후후. 내 연기 어땠어！"
"글쎄요? 아직 모르겠는데요? 기왕에 연기를 보여 주신 김에 베드 신도 한 번 보여 주실래요? 그래야 좀 알겠는데요?"
정산（방송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