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점심-저녁 약속' 기피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밥먹고 만나요."
IMF시대를 맞아 신세대들의 약속시간이 바뀌고 있다.
가급적 점심이나 저녁 식사시간을 피해 약속을 잡는 신세대들이 늘고 있는 것.
피차 얇아진 주머니사정 탓에 식사시간에 만나는 것이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각자 비용을 나눠 부담하는 더치페이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한사람이 모든 비용을 도맡아 지불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풍조를 반영하듯 미팅시간도 점차 늦춰지는 추세다.
주로 오후 5시를 전후해 이뤄졌던 미팅이 최근에는 오후 7시 이후에 많이 주선된다.
오후 7시 이후에 만나면 각자 식사를 해결하고 나오게 돼 최소한 저녁식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헤어질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첫만남에서 주로 돈을 내야 하는 남자들로서는 늦은 미팅 약속시간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자칫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나올 경우라도 늦게 만날수록 시간과 비용지출의 이중고를 덜 수 있다는 것.
또 여성쪽에서도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 늦은 미팅 약속시간을 대부분 이해하고 받아준다.
이렇듯 식사시간을 피한 어정쩡한 시간에 약속을 잡는 것은 비단 미팅 뿐만 아니라 오랜 연인들의 만남, 친구들의 회동 등에서도 점차 `에티켓'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조승훈군（22．한양대 3년）은 "얼마전 오후 8시에 미팅을 했는데 기껏해야 커피값 밖에는 들지 않았다"며 "예전에 하던대로 저녁 식사시간을 앞두고 만났더라면 식사값에 커피값에 영화티켓값 등 지출이 3∼4배는 더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균 명예기자(중앙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