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땐이렇게]'사고 운전자 바꿔치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회사원 황모씨(32)는 지난주말 동창 모임을 끝내고 친구의 차를 타고 귀가하다 생각지 않은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술을 마시지 않은 황씨는 마침 집이 삼성동인 친구의 승용차를 탔다.
불행히도 그 친구는 동창회 회식장에서 술을 먹은 상태로 운전하는 것이었다.
차에서 내릴 수도 없는데다 "괜찮겠느냐"고 물으니 "소주 서너잔밖에 마시지 않았으니 걱정 말라"고 해 믿고 뒷좌석에 타고 가던 길이었다.
테헤란로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친구가 무단 횡단하는 사람 때문에 앞서가던 택시가 갑자기 정지하는 것을 보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그만 앞차를 추돌하고 말았다.
친구는 추돌의 충격으로 앞유리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그런데 잠시 정신을 가다듬은 친구가 자신은 술을 마셨으니 황씨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 처리하자는 게 아닌가.
황씨는 망설였으나 면허증도 있고 술을 마신 사실이 없으므로 운전한 것을 자처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내가 운전했다"고 진술하고 사고 조사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사고 처리는 그렇게 용이하지 않았다.
사고차의 운전석 앞유리가 깨어져 거미줄 모양이 된 것을 본 경찰관이 황씨의 얼굴엔 전혀 이상이 없는데 친구의 이마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실제 운전한 사람은 황씨의 친구가 아니냐"고 추궁하는 것이었다.
황씨는 몇 시간을 버텨보았지만 사고차의 앞유리 파손 자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친구는 운전한 사실을 시인하고 음주 측정 결과, 한계 수치 이상에 해당되어 면허가 취소되었고, 황씨는 범인 은닉죄에 해당돼 형사 입건됐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없이 차량만 망가져 벌금을 내는 것으로 불구속처리됐다.
황씨는 우정때문에 무심코 사고 운전자를 바꿔치기 했다가 친구와 함께 모두 처벌받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 게 못내 아쉬웠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