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랭키즘] '여백주의는 전통미술 다시본것'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우리미술이 너무 서구화되고 있어 정체성 찾기가 시급하다고 느꼈습니다. 그차에 `블랭키즘'과 만나게 됐습니다."
서울 인사동 단성갤러리에서 블랭키즘(Blankism)을 선언하는 중견화가 조상현씨(46).
25년동안 극사실기법으로 삶의 주변을 꼼꼼히 기록해온 그는, 그동안 추구해온 이념을 정립, 15일 오후 5시 전시장에서 `블랭키즘'으로 선언하고 18일까지 블랭키즘 정신으로 제작된 작품 30여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 매일 오후 4시부터 작가와의 만남 시간도 마련한다.
조씨가 새롭게 만들어낸 블랭키즘은 `여백주의' 정도로 풀이된다. 이는 우리 전통미술에 항상 내재해왔던 여백정신의 근거가 되는 생략과 과장, 관조와 긍정, 정중동같은 조형개념에서 한적함과 여유스러움을 이끌어낸 것이다.
"블랭키즘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닙니다. 이미 선인들이 구체화시켜 놓은 중용사상, 청빈사상, 실학사상과 같은 정신적 보고에서 찾아내 전통에 대한 조명을 새롭게 시도한 것입니다. 관객에게는 평안과 위안을 주려는 것이고요."
간단명료한 조형정신과 조형양식을 취하고, 주제나 소재는 리얼리티와 맞닿아 있다. 또 자연주의적인 것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블랭키즘 미술의 특징.
그가 블랭키즘으로 그린 `삶의 반영' 연작과 `심상풍경' 등을 보면 가족과 자연에서 소재를 택해 마치 동양화처럼 많은 여백과 부드럽고 유연하게 시각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홍익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오리진 등에서 활동하면서 현대미술에 몸을 푹 담그고 있던 그는, 85년쯤 `서구중심의 흐름을 따라가다간 진정한 내 세계를 찾지 못하겠다'는 고민속에 독자적 행보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서울국제미술센터를 운영하면서 80년대 국제적 미술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도 했던 그는, `서정적 개념주의'의 창시자인 캐나다 작가겸 미학박사 폴 할털(Paul Hartal)로부터 용기를 얻어 지난해부터 블랭키즘 선언 준비를 해왔다고.
이번 선언후 조씨는 블랭키즘 영역 선언문을 국제미술계에 보내 국제미술계에서도 인정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선언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선 국내외 미술계의 공감과 인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02)735－5588
[이화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