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8)
기사입력 1998년 01월 13일 17시 25분
팔철은 쌍대에게 암컷 2마리를 여전히 내주었다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암컷 4마리를 품고 살 만큼 생활이 윤택해졌다는 데 흡족했다.
사파리에는 오랜만에 지루할 만큼 평화가 찾아온 셈이다.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사육사들이 아니었다.
사육사들에게는 언제나 확실한 `히든카드'가 있었다.
바로 마당쇠였다.
마당쇠는 아파트에 연금생활을 하면서 이따금씩 간이방사장에서 개인운동을 하며 근질근질한 몸을 달래고 있었다.
사파리에서 암컷들을 마음껏 품고 살고 있을 팔철을 생각하니 이가 저절로 뿌드득 갈렸다.
마당쇠는 곧 이감(移監)됐다.
바로 팔철의 옆방이었다.
마당쇠의 독기를 부추기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옆방에 있다고 해도 맞닥뜨릴 일은 전혀 없다.
팔철의 출퇴근 시간에는 마당쇠가 꼼짝하지 못하고 방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동물아파트의 방 사이에는 발톱 하나 들어가지 못할 만큼 촘촘하게 망으로 가로 막혀 도저히 싸울 수 없게 돼있다.
다만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팔철은 여느 왕과 마찬가지로 암컷과 합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팔철의 이같은 모습을 본 마당쇠는 귓구멍으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만큼 머리가 폭발 직전이 됐다.
팔철은 마당쇠의 분노에 `펌프질'이라도 하듯 퇴근 이후 암컷을 더욱 다정하게 안아줬다.
옆방의 마당쇠가 아파트가 뒤흔릴 정도로 포효하면 가끔 대꾸만 할 뿐 정면대응도 하지 않았다.
팔철로서는 아쉬운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당쇠는 목을 꼿꼿하게 치켜든 살모사처럼 온몸이 독기로 가득찼다.
`덜커덩.'
그날도 마당쇠의 방문은 다른 호랑이들이 모두 출근한 뒤 느지막이 열렸다.
마당쇠는 `@자'로 꺾어진 아파트 복도를 지나 간이방사장으로 나갔다.
`언제까지 운동만 하며 살아야 하나.'
마당쇠는 한숨을 내쉬며 간이방사장으로 나갔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사파리로 통하는 전기문이 스스륵 열리는 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