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문화적 차이? 성추행?
기사입력 1998년 01월 12일 14시 03분
◇…97∼98프로농구가 지난주 반환점을 돌았고 각 팀의 순위다툼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각급 학교의 방학을 맞아 관중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IMF 한파'속에서 프로농구 관계자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어떤 해프닝들이 있었나요.
◇…지난주 최대의 해프닝은 역시 대우 케이투 데이비스의 `성추문 사건'을 꼽을 수 있는데, 이를 기점으로 테크니컬 파울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입니다.
미국에서 15년동안 생활했던 대우 최종규 감독은 지난 6일 현대전서 데이비스가 심판 엉덩이를 만졌다는 이유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자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했습니다.
수비자 파울을 받은 뒤, 데이비스가 애교의 표시로 히프를 두드린 행위에 지나치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는 항변이지요.
NBA（미국프로농구）에서도 `선수는 경기도중 심판과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시카고）은 코트에서 주심과 악의없이 어깨동무를 해도 문제될 게 없는 현실입니다.
지난 10일 나래전에서 동양 박광호 감독도 그레이가 공을 찼다는 이유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자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불순한 동기보다는 경기의 빠른 진행을 위한 행동이었는데 심판이 가차없이 휘슬을 불었다는 게 박감독의 설명입니다.
지나치게 원리원칙만 고집하는 심판들의 이같은 처분보다는 게임 흐름의 원활화를 위해 운영의 묘도 필요하다는 여론입니다.
◇…기아의 강동희가 KBL（한국농구연맹）이 내린 벌금 100만원을 내지 못하겠다고 버텨 귀추가 주목됩니다.
강동희는 지난해 12월14일 나래전을 마친 뒤, 심판판정에 항의하며 심판실에 찾아가 눈물로 하소연했는데 이에 대해 KBL이 지난주 벌금을 내라는 공문을 전달했답니다.
당시 기아는 나래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4대108로 패했는데 연장전 도중 나래선수가 강동희에게 여러차례 파울을 범했는데도 심판이 이를 무시했다며 심판실에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오는 14일까지 벌금을 납부하도록 돼 있는데 강동희는 "1원짜리 한장도 낼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혀 KBL의 대응이 자못 기대됩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지난주 회사측에 직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LG구단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습니다.
8일 창원 홈경기를 준비하던 구단 직원들은 지난해말에 벌인 예쁜 플래카드선발대회 수상작들을 내걸면서 반응이 좋아 조만간 2회 대회를 마련하겠다며 평상시처럼 팬서비스 행사에 몰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경기전 국민의례 때는 트럼펫 연주자를 초청해 애국가를 연주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지요.
아깝게 경기를 놓친데다 주포 양희승마저 부상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지만 다음 홈경기 준비에 들어가는 LG직원들의 어깨에는 금새 힘이 들어가 믿음직스럽더군요.
◇…기아와 나산이 `007작전'을 벌였다면서요.
◇…네. 기아는 7일 부산서 야간경기를 마친 뒤, 나래전을 위해 8일 오전 원주행 비행기를 타야 했는데 이날 폭설로 인해 원주공항이 폐쇄돼 여차하면 경기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몰렸습니다.
기아구단은 부산의 관광버스를 찾는 한편, KBL에는 경기를 순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를 알아봤는데 버스로 이동할 경우 7시간이상 걸려 순연쪽에 초점을 맞췄다는군요.
그러나 KBL은 회장의 결재가 있어야만 순연이 가능하다며 불가의사를 밝혀 기아구단을 당황하게 했는데, 마침 서울행 비행기는 정상운행해 선수단은 서울로 이동한 뒤, 회사버스로 원주에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선수들의 체력저하를 막기 위해 최근 대부분의 구단들이 장거리 이동시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갑작스런 결항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산 황유하 감독의 `007작전'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8일 SK전에서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로 KBL로부터 한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황감독은 10일 벌어진 선두 현대와의 대전 원정경기서 전령을 통한 작전을 지시하는 진풍경을 연출한 것이지요.
다행히도（?） 대전 충무체육관은 라커룸에서 경기장이 바로 보여 황감독은 경기를 관전하며 오원강 주임을 전령삼아 벤치의 통역담당 조나단 김씨（한국명 김봉준）, 주장 이민형 등과 연락을 했습니다.
나산은 SK전 패배의 충격을 딛고 현대를 격파해 `007작전'은 성공리에 마무리됐습니다.
◇…황감독은 지난시즌에도 정규리그 막판 동양전에서 한경기 출전정지를 당해 관중석에서 `007작전'을 펼친 바 있어, `리모컨 감독'이란 새 닉네임을 얻었습니다.
특히 나산이 당시 동양전을 승리로 이끈 것은 물론 이후 3연승을 거두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어 감독징계가 선수들에게 오히려 약이 될 것으로 기대하더군요.
그러나 정작 황감독은 "라커룸 속에 있으니 줄담배를 피우게 돼 좋지 않더라. 더이상 `철창 감독'은 반복하지 않겠다"며 KBL의 조치를 원망했습니다.
[정리＝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