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제목] 트로트가요서 표절?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57분
`드라마 제목을 지으려면 트로트를 들어라?'
요즘 TV 드라마 제목들이 예전에 유행했던 트로트 가요의 제목 또는 가사 일부에서 따온 듯한 인상을 줘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 제목은 보통 PD와 작가는 물론 방송사 고위층까지도 개입해 결정하는 난제중의 난제. 멋진 타이틀을 뽑느라 서너번 제목이 바뀌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드라마 제목에 요즘 트로트를 표절한(?)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다.
현재 방송중인 SBS TV 주말극장 `아름다운 죄', MBC TV 새 일요 아침드라마 `사랑밖엔 난 몰라', SBS가 준비중인 새 수목드라마 `물새 우는 언덕'등이 혐의(?)를 받고 있는 제목들. 조금만 더듬어보면 노랫가락을 흥얼거려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죄'는 조용필의 히트곡 `그 겨울의 찻집'의 한구절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홀로 지샌 긴밤이여'에서 따왔다는 게 정설. 드라마 내용 또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더욱더 확신을 주고 있다.
`사랑밖엔 난 몰라'는 심수봉이 애절한 목소리로 불렀던 동명 히트곡과 같다. `물새 우는 언덕'은 백설희의 `물새 우는 강언덕'에서 `강'자만 뺐다.
이같은 현상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참고일까?
이에 대한 방송관계자들의 대답은 비슷하다. IMF시대를 맞아 사회전반적으로 복고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제목도 자연스럽게 진솔한 감정이 드러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트렌디 드라마가 인기를 끌 무렵 `영웅본색' `중경삼림'을 따라 겉멋을 잔뜩 부린 `홍콩식 4자성어'가 연예계 전반에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도시남녀' `의가형제' `귀천도애' `무한지애' 등.
시대는 변한다. `어려웠던 시절'이란 말을 쓰기가 민망할 만큼 더욱 어려워진 요즘 `트로트풍' 드라마 제목은 더 나올 것이라는 중론이다.
[김형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