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무급휴직동료에 위로금'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43분
회사원 이모씨（35）는 회사 방침에 따라 이달초 무급 휴직에 들어가면서 동료들로부터 봉투를 하나 받았다.
동료들이 일정 액을 갹출해 이씨에게 100만원의 `위로금'을 만들어 준 것.
이씨는 이 위로금으로 `해외 체류'를 구상중이다.
실업 상태에서 100만원이란 분명히 큰 돈이지만 국내에서 생활하기에는 빠듯하다고 보고 휴직 기간 동안 해외에서 머물기로 한 것.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곳은 네팔.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훨씬 싸기때문에 무급 휴직 기간동안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씨는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싼 네팔이나 태국, 필리핀에 가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며 "심란한 마음도 달래고 시야도 넓힐 겸 네팔에서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의 김모씨（39）는 부모가 있는 고향집으로 낙향한 케이스.
지난해초 분양받은 33평 아파트의 대출금 3천만원에 대한 이자로 매달 50만원 가까이 나가는데다 적금으로 매달 20만원씩 붓고 있어 생활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당분간 마산에 사는 부모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다"며 "지금은 방학중이라서 별 문제가 없지만 애들이 학교에 다니는 다음달부터는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감원이나 감봉 대신 무급 휴직제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동료들이 돈을 갹출해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신풍속이 등장, 훈훈함을 던져주고 있다.
직장 동료들끼리 매달 월급의 일정 부분을 떼내 무급 휴직에 들어간 동료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것.
또 자신의 차례가 되면 위로금을 받을 수 있어 `IMF 시대'의 새로운 상호부조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직장인들은 동료로부터 받은 위로금으로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나가는 게 보통이지만 개중에는 자기 계발이나 창업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기도 한다.
제빵이나 요리 기술 등을 배워 앞으로 있을 지도 모를 감원 태풍에 대비, 창업을 준비하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시내 요리학원에는 직장인 수강생들이 크게 늘어나 IMF 한파의 위력을 실감케하고 있다.
하지만 `IMF 구제 금융'이라도 받는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A사의 한 관계자는 "1개월에서 1년까지 무급 휴직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동료를 도와주고 싶어도 내코가 석자라 도와줄 여력이 없다"며 "앞으로 내 차례가 돌아오면 어떻게 버텨야 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