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6)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30분
싸움은 임하는 자세에 따라 갖고 있는 전력이 100% 이상 발휘되기도 하고, 훨씬 비효율적이 되기도 한다.
팔철과 쌍대를 상대하는 대국의 입장에서는 죽을 힘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었다.
둘을 맞아 싸운다는 것부터 힘겹기도 했지만 이번 싸움에 지면 영원히 사파리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는 위기 의식이 전력 상승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대국은 특히 싸움 결과에 대해 어떤 예측도 할 여유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몸을 날리고 발톱을 휘둘렀다.
그러나 팔철과 쌍대는 달랐다.
무엇보다도 승리가 확정된 싸움인 데다 팔철과 쌍대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던 탓이다.
팔철이야 왕으로서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투여서 싸움의 명분이 있었지만 쌍대는 자신의 앞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터널로 들어가는 대목이었기에 전혀 투지가 생기지 않았다.
팔철이 겨냥한 화살이 이번에 대국에 명중하면 다음 차례는 분명히 자신일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대국이 초반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제법 버틴 것은 이처럼 전투자세가 달랐던 까닭이다.
그러나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믿음이 있으면 태산을 들어 바다 한가운데로 던질 수 있다는 말도 있지만 정욕에 눈이 멀어 벌이는 호랑이들의 싸움이 어디 그런가.
대국은 펄펄 뛰며 팔철의 얼굴을 할퀴고, `배신자' 쌍대의 앞발을 물었다.
말 그대로 독안에 든 쥐가 고양이를 물어뜯는 형국이 된 셈이다.
생쥐에게 수염이 뽑힌 고양이는 뒤늦게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된다.
그와 함께 생쥐의 운명은 마침표를 찍게 마련이다.
대국이 그랬다.
쌍대의 도움없이도 가볍게 대국을 없앨 힘과 기술을 갖고 있는 팔철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처음에는 기세에 눌려 `어, 어'만 연발하던 팔철의 주먹이 비로소 대국의 얼굴에 꽂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