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IMF한파로 공연 '뚝'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20분
IMF한파에 맨살로 노출된 국내 공연계가 독감을 앓고 있다. 그동안 외국연주자 초청 공연에 크게 의존해온 공연계는 요즘 죽을 맛이다.
공연기획사들은 가파르게 오른 환율에 허리가 휜다.
지난해 12월 내한공연을 가진 영국의 6인조 아카펠라그룹 킹스싱어즈 개런티는 예상보다 약 2천만원이 초과됐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공연 때는 2년전보다 약 5천만원이 더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순전히 환율상승에 따른 추가부담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최근 상임지휘자 영입을 보류했다. 96년말 상임지휘자였던 원경수가 떠난 뒤 객원지휘 체제로 운영돼 온 서울시향은 지난해 말 독일 출신의 버나드 귈러를 상임지휘자로 영입하기로 결정, 시장의 재가까지 얻어놓았다.
그러다가 IMF시대로 접어들면서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1억5천만원으로 책정했던 연봉이 환율상승으로 인해 2배 가까이 올랐고, 그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 데려올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공연 취소도 줄을 잇는다. 세종문화회관이 96년부터 설날에 열어온 국악무대 `설날큰잔치'는 협찬사인 모 은행이 후원을 중단하는 바람에 무산됐고, 한국오페라단이 4월 공연을 추진하던 오페라 `투란도트'도 치솟은 환율 탓에 막을 올리지 못한다.
대형공연이 크게 줄어든 것도 IMF시대의 그늘이다. 유명 오케스트라나 오페라단의 내한공연이 가물에 콩나듯 뜸하다.
오케스트라는 모스크바 필(3월), 영국 로열리버풀 필하모닉(10월), 러시아 내셔널심포니(11월), 독일 뮌헨오페라 오케스트라(12월) 등이 내한공연을 갖는 대표적인 단체다. 96년 빈 필하모닉 런던심포니 등 14개단체, 97년 몬트리올심포니 BBC심포니 이스라엘필하모닉 보스턴팝스 등 8개단체가 찾았던 것에 비하면 질과 양 모두 허전하다.
오페라 공연도 적막하다. 외국단체 초청공연은 아예 없고 서울오페라단이 `라보엠', 한국오페라단이 `황진이', 김자경 오페라단이 `루치아'를 준비하는 정도다.
음악애호가들에게 98년은 이래저래 썰렁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