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환율폭등에 히말라야 등반길 더 험난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17분
히말라야 원정등반도 힘들게 됐다.
최근 환율 폭등으로 한국 산사나이들이 올해 등반을 하려면 작년의 2배 가까운 큰돈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부담되는 부분은 등반할 봉우리의 높이와 명성에 따라 가격이 책정돼있는 입산료.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의 팀당 입산료는 사우스콜 루트가 7만달러, 기타 루트는 5만달러다.
기준인원은 5인이며 대원 한명이 늘어날때마다 추가로 1만달러를 내야한다.
나머지 8천m급 봉우리는 1인당 1만달러, 그보다 낮은 봉우리들도 4천달러에서 1천500달러가 필요하다.
달러로 내야하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청소비 예치금이 4천달러(에베레스트 기준), 캐러밴 대신 헬기를 사용하면 1시간당 2천200달러, 위성전화사용료는 5천달러다.
정부연락관을 비롯해 사다, 셰르파, 요리사 등 현지고용인들의 장비구입비, 보험료도 달러다.
또 등정이 성공하면 현지 고용인들에게 관행으로 주는 특별보너스까지 달러로 계산한다.
짐 수송에 필요한 야크나 포터를 사용한다거나 인근 대도시와 베이스캠프까지 우편물을 배달하는 메일러너의 임금은 해당국가의 화폐로 지급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원화 가치하락으로 2배 이상 오른 셈.
환율로만 따져보아도 지난해 원정대 한팀당 7천만원이면 오를 수 있었던 8천m급 봉우리를 올해 오르려면 1억5천만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산악계에서는 활발하던 해외원정등반 열기가 급격히 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8천m급 봉우리 10개를 올라 14좌 완등의 대기록까지 불과 4개봉을 남겨둔 `고산의 슈퍼맨' 엄홍길씨도 당장 등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나라경제가 어려운데 1억원씩이나 지고 산에 갈 맘이 나지 않는다"는 것.
박영석씨가 지난해 8천m급 봉우리를 5개나 올라 세운 세계기록도 전설이 될 듯하다.
산악계의 한 인사는 "산악인의 꿈인 고산 등반이 돈 때문에 어려워진 것은 안됐지만 너도나도 우리산을 팽개치고 히말라야를 향했던 무분별한 풍조가 없어지게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