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레슬링] 60년대 황금기 지나 '빈사 위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15분
한국 프로레슬링은 현재 쇠퇴나 침체라는 어휘로는 설명이 부족할 만큼 `빈사(瀕死)'의 위기를 맞고 있다.
프로레슬링은 60년대 후반 `박치기왕' 김 일씨(65．현 한국프로레슬링협회장)가 현역으로 활약할 당시 박정희 전(前)대통령의 절대적인 후원을 받아 최고의 황금기를 누린 인기종목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을 고비로 사양길에 접어들어 이제는 일반인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망각의 스포츠'로 전락해 가고 있다.
그나마 70년대 후반부터는 레슬링인 출신의 김기남씨(58)가 한국프로레슬링 프로모션을 설립해 의욕적인 활동을 하면서 어렵사리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김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일선에서 손을 뗀 지난 96년 이후에는 대회를 유치하고 선수를 관리할 프로모터가 없어 서울 교외나 지방을 전전하며 간헐적으로 대회를 치르는 `유랑극단'과 같은 처지가 돼버렸다.
다행히 김 일씨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이왕표 등 몇몇 `A급 레슬러'들이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떨치며 한국프로레슬링의 회생을 위해 몸부림쳐 왔으나 이들의 활약만으로 쇠락한 레슬링의 인기를 회복하기는 역부족.
게다가 한국 프로레슬링은 미국이나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장이 영세해 장래성이 있는 유망주들을 발굴하기도 어렵고, 설사 발굴한다 해도 이들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 프로레슬링의 `대부(代父)'격인 김 일씨가 병상에서 떨치고 일어나 작년에 설립한 한국프로레슬링협회가 의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하지만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
이같은 여건속에서 한국프로레슬링협회가 첫 작품으로 오는 3월1일 부산에서 개최할 GWF헤비급챔피언 이왕표의 타이틀 17차 방어전은 한국레슬링의 `내일'을 가름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고 할만하다.
[김석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