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박삼용 '이길수만 있다면…'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09분
"어, 저 선수 좀 봐. 점프를 못하네."
고려증권과 상무의 데이콤배 98배구슈퍼리그 남자부리그가 벌어진 10일 잠실학생체육관.
세트스코어 2_2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5세트 초반 고려증권에서 한 선수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등장했다.
6_3에서 세터 김병철이 토스한 볼이 뜨자 그는 사력을 다해 오픈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의 손을 맞고나간 볼은 상무 코트를 훨씬 벗어나 공중볼이 되고 말았다.
점프를 못해 코트 아래로 내리꽂지 못한 탓이었다.
고질인 무릎과 발목부상, 그리고 배구선수로는 환갑의 나이인 30세.
이날 박삼용의 등장은 `돈없고 선수없는' 고려증권의 서글픈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주포였던 이수동의 상무입대, 유형우의 급성신장염….
왼쪽 공격수 부족에 시달리던 고려증권 진준택 감독은 오봉식마저 부진을 보이자 급기야 노장 박삼용 투입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었다.
첫번째 공격에서 공중볼을 기록한 박삼용은 이를 악물었다.
점프가 안돼자 눈을 부라리며 상무 코트의 빈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드디어 6_4에서 오픈공격 성공을 시작으로 14_12에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 강스파이크까지 터트렸다.
코트에 몸을 던지는 수비도 압권이었다.
슈퍼리그 역대 수비 1위, 리시브 1위, 공격종합 3위….
매년 슈퍼리그를 수놓았던 화려한 몸놀림과 강스파이크는 사라졌어도 "이겨야 한다"는 그의 정신력만은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장면이었다.
98슈퍼리그 개막직전인 지난해 12월초까지 재활훈련을 받던 노장선수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김 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