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직장없지만 갈곳많은 행복한 실업자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06분
@…`IMF 한파'로 졸지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고민 중의 하나는 낮에 마땅히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점에서 한때 프로축구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던 `100골의 사나이' 윤상철（33）은 행복하다.
10년간 몸 담았던 안양 LG에서 `정리해고'를 당한지 한달이 넘었지만 그는 현역시절 만큼이나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윤의 아침 기상시간은 오전 6시. 그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 6시30분쯤 일찌감치 서울 성북구 석관동의 자택을 나서 새 `일터'로 향한다.
그의 새직장이 되다시피한 곳은 조기축구회로 물론 보수는 없다.
현재 윤상철이 참여하고 있는 조기축구회는 석관동 자택 부근의 3군데와 경기도 구리시의 조기축구회 등 4곳이다.
축구스타 윤상철이 `실업자'가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평소 안면이 있던 이들 조기축구회에서 간곡한 요청을 해 회원이 됐다.
윤상철은 보통 하루에 2군데 정도의 조기축구회에 들러 기술도 전수하고 연습게임에도 뛰고 있다.
오전시간 대부분을 조기축구회와 관련된 일로 바쁘게 보내다 보면 실업자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조기축구회 같은 단체로선 윤상철이 그야말로 보배나 다름없다.
그러나 윤상철이 조기축구회에 나가고 있는 목적은 다른 데에 있다. 현역시절때와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앞으로 해외에서 1∼2년 더 선수생활을 하기로 마음 먹고 현재 여러 채널을 통해 추진중에 있다.
목적이야 어디에 있든 윤상철은 조기축구회 덕택으로 `정리 해고'의 아픔을 그나마 잊고 축구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