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정신무장만이 살길' 새 각오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03분
@…`강사'도 `학생'도 더없이 진지했다.
특히 고지를 목전에 두고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산악인의 스토리에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느꼈다.
9일 오전 수원 삼성전자내 협력사 인력개발센터 101호 강의실.
전문산악인 허영호씨（44）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선수와 직원 등 40여명을 대상으로 `한계상황에의 도전'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강연이 시작되기 무섭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던 선수들도 이날만은 2시간 동안 한 명도 조는 사람이 없었다.
"히말라야 마나슬루봉（8,156@）을 무산소 등정했을 땝니다. 정신은 몽롱한데 노르웨이팀이 뒤쫓아 오는 게 보이더군요. 배낭을 벗어던지고 무작정 뛰었습니다. 카메라만 달랑 든 채. 그리고 30분만에 기어이 정상에 올랐지요. 태극기를 흔드는데 왜그리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에 익숙한 선수들이지만 늘 죽음과 동행한다는 고독한 산악인의 한마디 한마디는 급소를 찌르는 듯했다.
"고봉（高峰） 하나를 정복하는데 6개월간 밤잠을 설치며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에 2달간의 동계훈련이 가볍게 느껴진 선수들은 셰르파（길잡이）와의 호흡이 깨지면 곧 죽음이 찾아온다는 사실에선 팀 분위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김 호 감독은 "사선을 넘나드는 탐험가의 고통에 비하면 프로축구는 행복한 스포츠라는 사실을 선수들이 깨달았을 것"이라며 "IMF 시대에 선수들이 정신무장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동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