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8)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4시 33분
"와앗！"
대선의 높이는 스무자가 넘었는데도 왜적들은 몸을 날려 모래위로 뛰어 내렸다. 얼핏 보아도 백여명이 넘는다.
"이, 이런."
뒤쪽의 북은 정신없이 울렸고 바위위의 군사들은 함성을 지르거나 아직도 활을 쏘았다.
안도창은 자기도 모르게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와 시선을 마주치는 장졸은 없다.
"나리！ 군사들이 밀립니다！"
앞쪽에 서있던 부장이 목이 터질듯이 소리쳤다.
"나리！ 우리도 싸우게 해줍시오！"
아래쪽에 포진한 군사들은 왜적들과 맹렬한 접전을 치르고 있었지만 기세가 꺾여 있었다.
숫자는 고려군이 많았으나 벌써 좌측이 뚫려 왜적들이 이쪽으로 나오고 있다.
"나리！"
부장이 달려와 바로 코 앞에 섰다.
"시급히 내려가 지원을 해야되오！"
"기다려."
뜬 목소리로 소리친 안도창이 좌우를 둘러 보았다.
"전령은 어디 있느냐！ 진장 유박과 박태이에게 이쪽으로 군사를 시급히 돌리도록 전해라！"
그는 아직도 앞에 선 부장을 흘겨 보았다.
"본진을 뒤쪽 개암골로 옮긴다. 서둘러라！"
"허어！"
버럭 소리친 부장이 이제는 한걸음 물러섰다. 아군이 이쪽으로 오려면 반식경은 족히 걸린다.
"너나 가거라！ 이 썩고 비겁한 놈아！"
그리고는 몸을 돌려 뛰면서 소리쳤다.
"나를 따르라！ 어서！"
그러나 바위 밑으로 부장을 따라나선 군사는 대여섯명 뿐이었다. 아래쪽은 난전이었다.
좌측을 뚫은 왜적들은 곧장 직진해 오지는 못했는데 이쪽 군사들이 겨우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심 부분이 뚫리기 시작했다. 안도창은 몸을 돌렸다.
"서둘러라！"
그가 버럭 소리치자 고수가 북을 던졌고 영기를 든 군사는 기만 접어 옆구리에 끼었다.
도망치는 것이다. 안도창은 서두르며 바위를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무릎이 찢어졌다.
아픔을 참고 갑주를 펄럭이며 그는 달음질을 쳤다. 그의 뒤를 이십여명의 군사들이 따랐는데 창은 땅바닥에 끌었으며 칼은 지팡이 대용으로 앞만 헤쳤다.
"두령, 부사가 도망칩니다."
강쇠가 소리치듯 말하고는 손으로 옆쪽을 가리켰다. 사방에 불을 일으켜서 한무리의 고려군이 바다쪽에 등을 보이며 달음질을 치는것을 확인했다.
"비겁한놈. 군사들은 버려두고."
강쇠가 이를 갈았으나 만척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가 주위에 둘러선 소두령들을 둘러보았다.
"뭍에 올라온 놈들부터 친다. 오른쪽의 왜놈들을 집중 공격한다."
그리고는 군말없이 칼을 빼들고 앞으로 뛰어 나갔으므로 화적단은 한무더기가 되어 뒤를 따랐다.
"와앗！"
앞장선 만척이 허공에 칼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고려군이여！ 왜적을 죽여라！"
"와아앗！"
뒤를 따르는 부하들이 일제히 따라 소리쳤다. 그들이 오른쪽으로 쏟아져 들어가자 전세는 단번에 뒤집혔다.
밀리던 고려군이 아우성을 치며 밀고 나갔는데 불시에 기습을 당한 왜적들은 흩어지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몰아라！"
만척이 진장 박태이가 진을 친 왼쪽만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자 몸이 피투성이가 된 부장이 따라 소리쳤다.
"놈들을 왼쪽으로 몰아라！"
고려군과 야적단의 연합군이다.
X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