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IMF 정리' 바람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01시 08분
이백일 기자
IMF체제에 따른 정리해고의 입법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굳이 직장 뿐만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거센 `정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기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는 것처럼 각 가정이나 사회생활에서도 초긴축을 내건 각양각색의 `가지치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회사원 강일모씨(39)는 최근 고심 끝에 집안의 승용차 2대중 1대 처분하기로 했다.
자신의 승용차만 놔두고 자영업으로 맞벌이하는 부인이 이용하던 승용차를 헐값에 내다팔기로 한 것.
IMF시대 1가구 2차량의 중과세부담은 둘째치더라도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부인을 설득해 차를 처분하기로 했다.
IMF체제는 `삼각관계 정리'라는 의외의 순작용을 낳기도 한다.
대학생 김철주군(23)은 얼마전 양다리를 걸치던 여자친구들중 한명에게 과감히 결별을 선언했다.
그동안 삼각관계의 짜릿함을 즐기며 2명의 여자친구를 동시에 사귀었던 김군도 극심한 불황에 과외교사 아르바이트자리에서 해고되면서 자금난에 몰려 결국 `애인정리'에 나선 것.
김군은 "눈물을 흘리는 여자친구를 보고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두눈을 질끈 감고 헤어졌다"며 "그래도 감당못할 삼각관계를 지속해 `데이트 부도'가 나는 것 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애써 자위하는 모습이었다.
핸드폰과 삐삐를 함께 지녔던 사람들은 날아드는 요금고지서가 두려워 `통신정리'에 나선다.
통신비절감 차원에서 핸드폰이나 삐삐중 한가지를 포기하는 것.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IMF시대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한달 핸드폰 해지율이 10%정도 증가세를 보였다"며 "아무래도 삐삐보다는 요금이 비싼 핸드폰을 해지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밝혔다.
좀 더 가슴아프고 기막힌 `정리'도 있다.
최근 운영하던 중소기업체가 부도난 박모씨(51)는 또한번 가슴에 못을 박는 듯한 아픔을 겪어야 했다.
대학 1, 3학년에 각각 재학중인 두아들을 앉혀놓고 "너희 둘중 한명이 한 2년 정도는 휴학을 해야겠으니 서로 의논해 결정하라"고 피눈물나는 통보해야 했던 것.
박씨는 "일주일을 고민한 끝에 애들에게 어려운 집안사정을 털어놓고 휴학을 권하게 됐다"며 "`사업정리'에 `자식정리'까지 하게 된 내 신세가 너무도 처량하고 한탄스럽다"고 울먹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