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성의전화] 고민상담 50-60통 증가
기사입력 1998년 01월 10일 15시 01분
지속되는 경제위기 여파로 직장을 잃은 남성이 부인의 이혼요구와 탈선, 가족의 푸대접 등으로 고민하는 사례가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남성들의 각종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소 `한국남성의 전화'는 지난해 12월부터 남성들의 이같은 상담전화가 부쩍 늘어 하루에 50∼60통에 이르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상담소에 따르면 전화를 걸어온 남성들은 회사 부도, 정리 해고 등으로 실직하자 부인이 ▲갑자기 가출하거나 이혼을 요구하고 ▲돈을 벌러 나간다며 다른 남자를 만나 외도를 하는가 하면 ▲대화기피와 함께 밥을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일부러 늦게 귀가하거나 보험설계사 등의 일을 하면서 도박에 빠지고 ▲음주는 물론 가족들앞에서 담배까지 피운다고 털어놓으면서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울먹인다는 것이다.
또 자녀들은 `무능력한' 아버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반항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상담소는 밝혔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운전기사로 일하다 정리 해고된 47세의 한 중년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부인이 이혼을 요구해와 괘씸하게 여겼으나 2명의 자녀를 생각하니 이혼요청을 들어줄 수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신이 다니던 중소기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실직한 44세의 남자는 "부인이 밖에서 돈을 번다는 이유로 늦게 귀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도행각까지 벌이고는 적반하장으로 이혼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인력시장까지 찾아다녔지만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 처참하다"면서 울먹였다.
회사에 다니다가 실직한 30대초반의 남자는 "대신 돈을 벌겠다면서 식당에 취직한 부인이 결혼을 앞둔 남자손님을 만나 외도했다"면서 "더욱 참을 수 없는 것은 이 남자손님이 곧 결혼을 하는데, 그 때까지 만나면 안되겠느냐고 말하는 부인의 당당함"이라고 분개했다.
30대초반의 한 남자는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실직하자 처음에는 이해를 해주던 부인이 얼마후에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채 낮에도 술을 마시면서 밥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에 다니고 있으나 박봉인 50세의 남자는 "결혼을 앞둔 딸이 제대로 혼수를 마련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로 대우하지 않고 있으며 부인마저 대화를 기피하는 등 노골적으로 푸대접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불경기가 지속되면 수입이 더욱 줄어들텐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