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5)
기사입력 1998년 01월 10일 14시 58분
대국의 처단은 결정된 것이고 남은 것은 수단과 방법이었다.
가장 간단한 것은 팔철이 대국을 불러다가 1대1로 맞붙어 박살내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그리 쉽지 않다.
아무리 대국이 갓끈 떨어진 신세라고 해도 호랑이는 호랑이다.
물론 실력으로 따지면 팔철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게 뻔하지만 괜히 싸우다가 멋진 가죽에 흠집이라도 남으면 큰 망신을 당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국이 `날 잡아잡수' 하는 마음으로 샌드백처럼 몸을 맡길 것도 아닌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하물며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인데 상대가 대국이라면 결코 얕볼 수 없는 게 팔철의 입장이었다.
`체면'과 `제거'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팔철은 고심 끝에 무릎을 쳤다.
굳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대국을 없앨 묘책이 떠오른 것이다.
바로 쌍대였다.
쌍대에게 대국을 없애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쌍대 혼자서 대국을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쌍대가 불리해지면 그때 자신이 나서서 거들기만 해도 한결 쉽게 `게임'이 끝날 게 분명했다.
팔철의 명령을 받은 쌍대는 사색이 됐다.
그리곤 팔철의 잔인함에 이를 갈았다.
`오냐. 내가 한다. 그러나 두고보자.'
쌍대는 혹시 대국과 싸우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팔철에 대한 분노 때문에 공포감 따위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쌍대는 곧 대국을 찾아나섰다.
대국은 바위 밑에 있었다.
먼발치에서 쌍대를 알아본 대국은 반갑게 일어났다.
`무슨 정보를 갖고 왔을까.'
한데 낌새가 이상했다.
쌍대 뒤에 팔철이 보일듯말듯한 웃음을 지으며 따라오는 게 아닌가.
`눈치 9단'의 대국은 사태를 금방 파악했다.
대국과 쌍대는 금방 맞붙었다.
팔철의 예상대로 쌍대는 역시 대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싸움은 금방 팔철이 대국과 맞서고 쌍대는 뒤에서 거드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