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조스트롱 '얼굴만 까만 한국사람?'
기사입력 1998년 01월 10일 13시 51분
★…"저 친구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맞아?"
지난 6일 외국인선수 1호로 입국한 현대 조 스트롱（36）이 초음속으로 한국 풍토에 적응해 사람들을 놀래키고 있다.
24시간 붙어다니며 통역을 맡고 있는 운영과 이준호씨의 말에 의하면 스트롱은 `얼굴만 까만' 한국 사람이다.
처음엔 배려해 준답시고 끼니때 양식을 추천했지만 스트롱이 "한국식으로 하자"며 점잖게 거절해 불고기집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웬걸, 상추 한장을 손바닥에 척 펴더니 밥과 고기에 쌈장까지 천연덕스럽게 발라 능숙한 솜씨로 동그랗게 말아 입에다 넣는 거였다.
어이가 없어 바라만 보고 있는데 이번엔 생마늘 한쪽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묘기'로 두눈을 비비게 만들었다.
지난 9일 서울 중앙병원에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점심때가 되자 둘은 삼계탕집에 마주앉았다.
스트롱은 펄펄 끓는 국물에서 닭을 건져내 알뜰히 살을 발라 먹고 인삼까지 꺼내 우물거렸다.
육개장 순두부 등 한국 사람도 `눈물 없이 먹을 수 없는' 메뉴까지 척척이다.
지난 8일에는 차를 타고 가다가 경인고속도로 입구에서 교통정체를 만났는데 스트롱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한개 2천원이라는 뜻으로 손가락 두개를 펴 흔들고 다니는 오징어 장수.
이날도 스트롱은 호두과자 한봉지와 오징어 한마리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한국에 처음 온 스트롱이 이처럼 `고추장 문화'에 익숙한 것은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재미교포 우종희씨 덕분.
시애틀의 한동네에 살며 어머니와 친하게 지낸 우씨의 영향으로 미국에서도 일주일에 세번은 한국 음식을 먹었단다.
현대 김용휘단장은 "한국 음식을 그렇게 잘 먹는걸 보면 앞으로 적응은 걱정없겠다"며 벌써부터 싱글벙글이다.
[박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