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콘돔-피임약 판매 증가
기사입력 1998년 01월 10일 01시 05분
정경희 기자
출산을 미루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IMF시대에 출산과 양육비 부담을 피하기 위해 콘돔이나 피임약을 사용해 임신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다.
서울 광화문사거리 호수약국의 경우 이달들어 콘돔판매율이 25% 늘었으며 서울약국 백조약국 등 다른 약국도 10% 이상 증가했다.
호수약국의 최기환 약사는 "지난달부터 콘돔을 사가는 직장 남성들이 크게 늘었으며 피임약을 사가는 직장여성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아이 낳기를 미루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임에 실패한 여성들은 낙태수술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 상계동의 한 산부인과 병원 관계자는 "환자나 태아의 생명과 직결돼 있지 않을 경우 임신중절수술을 해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최근들어 가정형편을 들어 수술을 해달라고 떼를 쓰는 주부들이 크게 늘었다"며 "당분간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루프삽입시술을 요구하는 여성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병원비가 수백만원에 이르는데다 출산후의 보육비도 한달에 수십만원을 육박해 가계에 커다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맞벌이 주부 김진아씨(29)는 "눈치없이 임신했다 5년간 몸바쳐 일해온 직장에서 정리해고 당할까 두렵다"며 "설사 정리해고 되지 않는다 해도 아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업무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어 IMF 파고가 가라앉을 때까지는 임신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