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4)
기사입력 1998년 01월 09일 15시 06분
쌍대는 대국과의 비밀회동이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팔철의 계속되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깟게 뭔데 암컷을 품고 살며 여전히 왕 기분을 내고 있어.'
모사꾼답게 머리 회전이 빠른 쌍대는 팔철의 불만이 무엇인지 금방 알아챘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조금전 대국에게서 자신의 신변 안전 부탁을 받고 오는 길인데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순간 쌍대의 머리는 복잡하게 돌아갔다.
`어떡해야 할 것인가.'
문제의 심각성은 대국에게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욕심 많은 팔철이 대국에게 불만을 가졌다면 조만간 자신에게도 화(禍)가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었다.
쌍대로서는 더이상 대국과의 옛정에 얽매였다가는 자신도 대국과 같은 처지에 빠질 것이라고 느꼈다.
이제 대국과 손을 끊을 때가 온 것이다.
팔철의 대국에 대한 성토는 계속됐다.
자신만이라도 살아남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쌍대는 고개만 끄덕이며 팔철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대국을 없애기로 결심한 팔철은 만약 쌍대가 반대한다면 쌍대부터 해치운 뒤 대국마저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전부터 쌍대는 자신보다는 옛 동지인 대국과 더 가깝게 지낸다는 피해의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쌍대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쌍대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인 팔철은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기세가 누그러졌다.
팔철로서는 굳이 대국을 없앨 필연적 이유는 없었다.
꼭 암컷이 문제라면 암컷만 환수하면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철에게는 또다른 복선이 있었다.
사파리 군기를 더욱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 전왕을 박살내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대국의 운명은 촌각을 다투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