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삐끼다] 문화검열 유머-위트로 비판
기사입력 1998년 01월 09일 14시 55분
만화－문화비평가 이재현씨(40)가 문화비평집 `나는 삐끼다'(푸른미디어)를 내놓았다.
문화전반에 걸쳐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그의 펜은 불온하고 저항적이다. 특히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검열과 심의에 대한 비판이다.
지난해 여름 만화가들과 함께 거리로 나서 `투쟁'에 동참했던 그는 만화관련 칼럼도 적잖이 써놓고 있다.
"음란폭력성조장매체 공동대책위원회(음대협)가 스포츠신문과 연재만화작가를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음대협의 고발은 마녀사냥이다. 음대협의 사고방식에 의하면 대중문화는 무조건 해로우며 청소년들에게 음란성과 폭력성을 조장해 범죄충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대협이 기대고 있는 가설은 이론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고 실증된 것도 아니다. 성과 폭력을 소재로 삼았다고 해서 그 표현물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논리라면 형사범죄나 정치인의 부정부패에 관한 기사나 사진은 언론에 실릴 수 없다. 왜냐하면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불량만화라는 말이 더 불량하다'의 일부)
그는 `음란폭력'이라는 말에도 불쾌감을 표시한다.
그는 "오직 음란성이란 말 그 자체와 그 말을 가지고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제도 자체를 박살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의 글쓰기는 유머와 위트, 뒤집어 말하기 등의 테크닉으로 무장돼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대학에서 강의하던 그는 방귀가 나오자 담배를 피워물었다. 소리를 죽이는데는 성공했지만 냄새는 어쩔 수 없어 담배연기로 방귀냄새를 덮을 요량이었던 것. 필자는 그런 것이 바로 공익이라고 주장한다.
MBC의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가 예전 똥 오줌 방귀 등을 소재로 방송했다고 해서 방송위원회가 중징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쓴 칼럼의 내용이다.
그의 글은 이렇게 웃음 속에 촌철살인을 담고 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