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족] 독신 직장인들 '휴게텔에 내집마련'
기사입력 1998년 01월 09일 14시 30분
IMF（국제통화기금） 시대를 맞아 `캡슐족'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캡슐족이란 캡슐과 비슷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휴게텔에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감봉과 감원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직장인들의 새로운 주거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P사에 다니는 이진철씨（30）는 "분당의 전세아파트에서 승용차로 출퇴근을 했으나 생활비와 휘발유값 등이 너무 올라 회사 근처 휴게텔에서 지내고 있다"며 "전세를 얻어 살거나 신도시 등에서 살던 독신 동료들 가운데 상당수가 휴게텔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바로 옆에 있는 휴게텔에서 지내기 때문에 승용차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도 탈 필요가 없어 교통비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데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면 점심과 저녁까지 해결할 수 있어 IMF시대 최고의 알뜰살이라는 게 이씨의 얘기.
이런 휴게텔은 서울 시내에만도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종로나 동대문, 신촌, 삼성동, 양재동 등지에서 50여곳이 성업중이다.
하루 이용료는 1만3천∼1만4천원이지만 1개월 정기권은 35만원 내외로 10％ 할인되고 있다.
휴게텔은 대학가 근처의 고시원 이용료와 비슷하지만 휴게실과 호텔의 합성어인 만큼 주거환경 또한 `호텔수준'으로 깔끔하고 편리한 게 특징.
업소측에서 매일같이 침구를 정돈해주는데다 24시간 대기하는 종업원이 전화나 팩스수신 서비스를 해주고 사우나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휴게텔 부근에 1천∼2천원만 내면 건조까지 끝낼 수 있는 빨래방이 있어 세탁문제도 신경쓸 게 없다는 것.
이와 함께 휴게텔이 직장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추가부담없이 사우나를 하거나 쉴 수 있는 것도 장점.
또 연리 30∼40％에 이르는 고금리시대에 수백∼수천만원에 이르는 전세나 오피스텔 보증금을 빼 재테크에 나서면 얇아만 가는 월급봉투에 대한 고민을 더는데 큰 보탬이 된다는 것.
또 휴게텔 이용자중에는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직장문제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 직장인들의 사랑방으로써 손색이 없다.
서울 양재휴게텔의 윤용만 사장은 "밤늦게 비싼 택시비를 들여 귀가하기 보다 휴게텔에 들러 숙박과 사우나까지 해결하려는 신도시 직장인들까지 몰려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라며
"밤이면 손님들끼리 휴게실에 모여 앉아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정숙하기만 했던 휴게텔풍속도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