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8)사랑의 편지
기사입력 1998년 01월 09일 14시 21분
`편지'라는 영화가 전국적으로 150만명 이상의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죽은 남자가 생전에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의 편지엔 언제나 눈물이 담겨있다. 그가 남긴 사랑,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라는 광고카피대로 가슴을 음울하게 하는 영화다.
사랑의 편지를 써서 유명해진 프랑스의 수녀가 있다. 1100년쯤 태어난 엘로이즈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17세 때 파리로 가 삼촌집에 기거하게 됐다. 삼촌은 조카를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39세의 아벨라르라는 학자에게 공부를 시켰다.
`오메, 이쁜 거！'
늙은 학자는 소녀를 보자마자 넋을 잃었다. 아벨라르는 삼촌에게 속닥거려 하숙을 자청했다. 잿밥에 관심이 많았던 학자에게 공부는 뒷전이었다.
"엘로이즈, 우리가 연애를 해야 하는 학문적인 이유가 있단다."
그는 엉터리말로 소녀를 침대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남녀관계를 즐기기 시작했다. 아벨라르는 후일 이때를 회상해 "내 손은 책장을 넘기는 일보다 소녀의 가슴을 애무할 때가 더 많았도다！"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소녀는 마침내 임신을 하고 말았다.
`어쩐다！'
아벨라르는 소녀와 결혼하기로 하고 삼촌에게 그 사실을 비밀에 부쳐달라고 사정했다. 당시의 학자는 요즘의 연예인과 비슷해 결혼을 하면 인기와 명망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녀는 착했다. 그녀는 스승을 보호하기 위해 수도원으로 몸을 피했다.
"아, 열받는다！"
화가 난 삼촌은 자객을 시켜 아벨라르의 남성을 싹둑 잘라버렸다. 스캔들은 파리 전역에 퍼졌고 파렴치범으로 전락한 아벨라르 역시 수도원으로 피신해야 했다.
이때부터 엘로이즈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눈 쾌락은 너무도 감미로워 나는 후회 따위는 하지 않아요. 미사 때도 쾌락의 영상이 내 영혼을 휘어잡아 넋을 잃게 만듭니다. 나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망상의 포로가 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에요. 뜨거운 상념은 내 손으로 하여금 내 몸을 애무케 하며….'
아벨라르도 답장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날의 굴욕（남성의 심벌을 잃은 사건）은 다행한 일이었소. 그 때문에 내게는 본능에서 오는 고통이 없소….'
두 사람의 편지는 후일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라는 서간문집으로 엮어져 세상에 나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랑을 정신적인 사랑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제자는 신앙의 힘으로 플라토닉 러브를 실현시켰다. 스승은 심벌이 잘려 정신적인 사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