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해태와 LG의 위기관리능력의 차이
기사입력 1998년 01월 09일 13시 49분
재계 순위 3위의 LG그룹과 24위의 해태그룹.
LG는 작년말 한국경제를 강타한 IMF 한파속에서도 외형상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몇 안되는 재벌기업중 하나다.
반면 해태는 작년 11월1일 주요 3개 계열사가 부도처리되며 야구단도 매각위기에 놓였던 대표적인 부실기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최근 두 그룹의 야구단 운영을 비교했을 땐 위치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97시즌 우승팀인 해태를 살펴보자.
해태는 모기업의 부도에 이어 IMF 체제가 닥치자 서둘러 야구단의 군살빼기 작업에 들어갔다.
선수단을 대폭 정리하고 각종 경상비를 줄여나갔다.
이종범을 주니치에 4억5천만엔（약 54억원）에 트레이드한 것도 뼈를 깎는 자구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 9차례나 우승한 해태엔 그들만의 저력이 있었다.
해태는 요즘 한창 벌어지고 있는 연봉협상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인상' 혜택을 주고 있다.
어려운 구단사정을 미리 직감, 삭감을 감수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한 선수는 구단이 제시한 인상카드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해태의 눈물겨운 사연은 구단직원들에게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그룹으로부터 감원 통보가 내려오자 야구단 직원들은 `서로 끌어안기'를 위한 묘안을 짜냈다.
감원 대신 번갈아가며 한달씩 무급휴가를 다녀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LG쪽은 어떤가.
IMF로 경제가 얼어붙자 대대적인 야구단 숙정작업에 나섰다.
구단에선 "연봉고과를 불문하고 100％ 이상 인상자는 없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65명의 LG 스포츠단 전 직원에게 일괄 사표를 받았다.
나라가 부도위기인데 프로스포츠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얘기로 비쳐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팀의 화려한 불빛속에 인기를 독점해 오던 LG 선수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듯 참담한 기분에 휩싸여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태와 LG는 물론 모든 국민이 어려움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해태와 LG, 두 구단의 위기관리능력을 보면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기업이 어디인지 가늠이 간다.
[김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