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간판 걸어야 잘팔려요'
기사입력 1998년 01월 08일 14시 56분
"고추장 냄새를 풍겨야 잘 팔립니다！"
순우리말 간판을 내건 업소가 늘고 있는가 하면 신규 브랜드의 이름을 한글로 정하는 업체가 급증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에는 최근 `큰빛세상'이라는 조명기구 전문점이 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반디룩스와 큰빛세상을 놓고 저울질을 하다 한글이 대세라는 판단에 따라 한글이름을 택한 것이 적중했다는 것.
동양전기공업주식회사는 새로 출시한 공중전화기의 이름을 `쾌통'으로 정했다.
수출할 가능성에 대비해 영어로 지을 생각이었으나 국산품 애용붐이 거세지면서 한글 이름을 택했다.
커튼브라인드제조업체 해담나라는 신상품의 이름을 `해든실'로 정했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할인점 전문브랜드인만큼 한글로 지어야 다만 한개라도 더 팔 수 있다고 계산한 것.
음식점들도 앞다퉈 한글 간판을 내걸고 있다.
서울 고려대앞의 한 볶음밥과 찌개전문점은 `볶고 끓이고'를 발음나는대로 쓴 `뽀꼬 끄리고'라는 간판 덕에 손님들이 북적댄다.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까꼬 뽀꼬 머리방'은 `깎고 볶고'를 발음나는대로 쓴 이름 덕에 오픈 한달도 안돼 단골 고객이 많은 잘 나가는 미장원으로 자리잡았다.
동네분식점들도 `떡볶이 마을' `면발 땡기는 날' 등 기억에 남는 한글 이름으로 간판을 만들어 매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브랜드네이밍회사 이름고을 박항기 사장은 "12월들어 한글이름에 대한 주문이 평소의 2배이상 늘었다"며 "과거에는 외래어로 지어달라는 주문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외국인도 쉽게 발음할 수 있는 순우리말로 지어달라는 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한편 영어이름으로 재미를 보던 업체들은 매출 감소를 우려, 자사 상품은 엄연한 국산품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구제조업체 모닝글로리는 일제 수입품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캐주얼브랜드 나인식스뉴욕은 100％ 메이드인코리아임을 홍보하고 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