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2)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4시 58분
팔철 공화국이 평온하게 자리를 잡아갈수록 전왕 대국은 불안하기만 했다.
아무리 싸우지 않고 스스로 왕위를 넘겨줘 팔철과 사이가 좋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단물'이 빠지면 제거될 것이라는 운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팔철의 핵심 브레인으로 들어간 쌍대였다.
쌍대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친구이자 자신이 왕으로 있을 때 바로 밑에서 보좌해온 심복중의 심복이었다.
그런 쌍대가 머리 나쁜 팔철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만큼 최소한 `전관 예우'를 받으며 살 수 있을 것같았다.
실제로 대국이 하야한 뒤, 지금까지 암컷 하나라도 품고 살 수 있었던 것도 쌍대가 팔철을 잘 컨트롤한 덕분이었다.
대국은 쌍대가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틈만 나면 쌍대를 찾아가거나 불러 팔철의 동정을 묻기도 하고 괜히 친한 척도 했다.
물론 자신이 예전에 베풀었던 은덕을 슬쩍슬쩍 상기시키기도 했다.
쌍대는 그날도 팔철 몰래 대국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역모(逆謀)를 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과 대국이 만나는 것을 팔철이 알아봤자 기분 좋을 리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쌍대는 언제나 몰래 대국을 만났다.
대국은 그날도 팔철의 심사를 물으며 자신의 안전을 부탁했었다.
쌍대는 걱정말라는 말로 대국을 안심시켰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요즘 들어 팔철의 눈치가 조금씩 이상해졌다고 느꼈던 것이다.
역시 쌍대의 `수읽기'는 정확했다.
취임 직후 떠벌이를 가죽이 갈기갈기 찢어질 만큼 혼내준 뒤로는 감히 눈을 마주치는 놈도 없었다.
왕위가 탄탄하게 굳어진 셈이다.
이제 누구의 도움도, 보좌도 필요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어찌된 일인지 마당쇠도 나타나지 않으니 사파리는 글자 그대로 팔철의 1인천하가 된 셈이다.
팔철의 마음에 욕심이 스멀스멀 기어들어간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