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마우스헌터 쥐잡으려다 집부순 형제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4시 56분
쥐를 소재로 한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미키 마우스'를 으뜸으로 꼽는다.
20세기 미국 엔터테인먼트사업을 주도하면서 전세계인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은 미키 마우스는 연간 24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IMF시대에 외환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부러운 `남의 나라' 얘기다.
또 하나의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제리도 미키 마우스보다는 못해도 그 인기가 만만치 않다.
흥행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드림웍스사를 설립하고 두번째로 만들어낸 영화 `마우스 헌트'(Mouse Hunt)도 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제명은 `쥐 사냥'이지만 영화의 내용은 쥐를 잡으려다 큰코 다치는 사람들의 얘기다.
이 영화에 나오는 쥐는 마치 `나홀로 집에'의 영리한 꼬마 케빈, 매컬리 컬킨을 연상케 한다.
어리숙한 두 도둑을 골탕먹이는 케빈의 용감무쌍한 활약을 바로 쥐가 대신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구두쇠인 아버지로부터 낡아빠진 집 한채를 물려받은 어니(네이단 레인)와 랄스(리 에반스)형제는 이 집이 건축학적으로 수백만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가로 집을 팔기 위해 수리하는 도중 두 형제는 한 마리의 생쥐를 만난다. 두 형제가 먹으려는 치즈를 먹어 치우는가 하면 밥그릇을 들락거리기도 하는 등 쥐는 사사건건 두 형제를 괴롭힌다.
이를테면 쥐가 낡은 저택의 터줏대감이고, 쥐의 입장에서 보면 두 형제가 침입자인 셈이다.
두 형제의 쥐 사냥이 폭소탄을 터뜨리는 뇌관이다. 한 두개의 쥐덫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두 형제는 무려 1천개의 쥐덫을 온 방안에 깔아놓았으나 오히려 자신들이 쥐덫에 걸려 혼비백산하고 만다.
쥐의 천적은 역시 고양이. 정신병원에서 나왔다는 야수같은 고양이를 데려다놓기도 하고, 첨단장비를 갖춘 쥐잡이 전문가를 고용하기도 하지만 당하는 것은 언제나 두 형제.
집을 수리해 경매에 부치려던 형제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쥐를 잡으려고 하지만 결국은 집을 통째로 때려 부수고 만다.
마이클 조던의 나이키 광고로 유명한 CF감독 고어 버빈스키는 1시간 40분을 모두 광고영화처럼 감각적으로 찍어냈다. 브로드웨이의 실력파 연기자 네이단 레인과 리 에반스의 슬랩스틱코미디 연기는 `나홀로 집에'의 조 페시와 다니엘 스턴에 견주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이 쥐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실제 생쥐라는 점. 60마리의 쥐를 훈련시켜 요소요소에서 실제로 연기를 시켰다는 것인데, 그 노력이 놀랍기만 하다.
두 형제가 우애를 회복하고, 쥐와 화해해 더불어 살아가는 에필로그도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이지만 따뜻하기 짝이 없다. IMF시대에 어울리는 영화라고나 할까. (10일．명보 허리우드)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