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향수어린 산장이 악취소굴로'
기사입력 1998년 01월 06일 14시 57분
북한산국립공원 백운산장이 서울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명산 북한산을 오염시키는데 앞장서고 있어 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일요일인데다 모처럼 날씨가 맑았던 4일 오후.
백운산장 주변에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맑은 공기를 쐬기위해 북한산을 찾았던 수천명의 등산객들을 괴롭힌 이 냄새의 진원지는 산장 바로 아래의 골짜기.
골짜기에는 깨끗한 물 대신 산장의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온 음식물폐수가 흐르고 있었다.
배출된지 얼마되지 않은 듯 더운 김까지 무럭무럭 나는 이 폐수가 해발 600@에 달하는 이 높은 곳에서 과연 어디로 흘러갈까.
이날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백운산장은 이미 산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은채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식당에 다름아니었다.
백운산장은 몇년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전국의 산장을 공단 직영체제로 전환했을때 유일하게 민영체제로 살아남은 곳.
한국전쟁 이전부터 산장을 운영해온 이영구씨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산악인들이 서명운동까지 벌여 구제해줬다.
그러나 향수어린 산장의 보존을 원했던 산악인들의 의도와 달리 백운산장은 한 개인의 영리를 위한 식당으로 변모해 산악인들이 가장 아끼는 산을 오염시키고 있다.
북한산정도 규모의 산에 있는 산장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고 따끈한 차 한잔만 마실수 있으면 되는 곳이다.
추운날 따끈한 컵라면이나 어묵을 먹으면 몸도 마음도 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산밑의 식당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더구나 그 음식을 조리하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골짜기의 수맥을 오염시키고 악취까지 풍긴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내무부가 임대해준 형식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백운산장은 20년 후 국가에 기부체납된다.
그러나 앞으로 20년동안 이 같은 음식판매가 계속될 경우 북한산의 샘물중 끓이지 않고 마실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게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산=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