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카페]담배 한개비에 2만5천원, '이게 어느나라 이야기냐?'
기사입력 1998년 01월 06일 14시 32분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 2동 주택가에 고급 외제문화를 지향하는 카페들이 모여 형성된 `신（新） 로데오카페촌'이 등장, 부유층 젊은이들로 들끓고 있다.
언뜻 보기에 이곳은 여느 주택가나 다름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주택 사이사이에는 S, H 등 고급카페 10여곳이 들어서 있고 골목길 좌우에는 항상 고급승용차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IMF시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곳 카페들의 특징은 소위 `있는'사람들만을 상대로 초고가 정책을 편다는 것.
음료나 기호품은 대부분 고가의 외제수입품이다.
음료 한잔이 특급호텔과 맞먹는 6천∼8천원이고 파이 한조각에 4천∼6천원하는 것은 그래도 낫다.
프랑스산이나 오스트리아산 와인은 한병에 10만∼300만원선.
이곳 관계자들에 따르면 45만∼69만원짜리 포도주가 가장 잘 팔리며 프랑스산 `샤또빠뜨로스'라는 300만원짜리 와인도 종종 판매되고 있다.
한때 가짜시비가 일었던 양주 로열살루트도 이 곳의 인기메뉴로 스트레이트 한잔에 9만원씩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잔씩 팔려 나간다.
근세 프랑스의 살롱분위기를 살린 S카페는 수십종의 값비싼 외제시가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처칠이 피웠다는 쿠바산 시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개비 가격은 1만2천∼2만5천원. 최근 가장 잘 나가는 품목이다.
시가가 의외로 철 모르는（?） 손님들에게 호응을 얻자 이 업소는 코냑 한잔과 묶어 3만3천원에 파는가 하면 메뉴판에 "시가를 구입할 경우 외제 시가용성냥을 무료로 준다"는 선심성 문구도 새겨 넣고 있다.
이 카페는 또 골프장이나 헬스클럽처럼 수백만원의 가입비를 받고 평생회원권도 발급하고 있다.
S카페의 직원 김모씨는 "부유층 젊은이들이 주고객층이어서 `물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최근에는 평생회원이 되려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H카페를 다녀온 김모양（29．회사원）은 "메뉴판을 처음 보았을 때 가격대가 믿기지 않아 직원에게 되물어 보았었다"며 "고가 수입품을 막무가내로 파는 카페도 문제지만 이런 카페를 찾아 자리를 빼곡히 메우고 앉아 있는 철없는 젊은이들이 더 한심하다"고 개탄했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