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현vs한규현] '수비농구 맡겨라'
기사입력 1998년 01월 06일 14시 04분
"규현이."
상대팀 슈터가 코트를 종횡무진 들쑤셔대자 벤치쪽을 향해 경남 LG 이충희 감독이 다급한 목소리로 `SOS'를 타전한다.
그 순간 2명의 선수가 황급히 유니폼 상의를 벗는다.
박규현（朴奎炫）과 한규현（韓圭炫）.
그제서야 이감독은 둘 중 한명을 지정해준다.
스타팅으로 나서는 일이 드문 한규현과 박규현은 모두 수비전문선수.
팀이 위기에 몰려야만 코트에 설 수 있다.
그들의 임무는 단 한가지.
날고 긴다는 상대팀 슈터들을 전담마크하며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박규현은 고려대 시절부터 수비선수로 꽤 명성을 얻은 포인트가드.
빠른 발과 탁월한 수비감각을 갖춘 그는 상대 슈터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이 장기다.
특히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엔 의표를 찌르는 3점포 한방까지 먹일 수 있는 슈팅능력도 겸비하고 있어 이감독이 가장 믿음직스럽게 여기는 히든카드다.
중앙대를 나온 한규현은 투지가 넘치는 파이터.
일단 상대팀 주득점원을 봉쇄하라는 특명이 떨어지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게 그의 농구철학이다.
LG에 입단한 뒤 80년대 한국 최고의 수비선수였던 정덕화 코치로부터 수비플레이에 대한 테크닉과 풀타임으로 코트를 누빌 수 있는 체력을 쌓으면서 농구에 눈을 떴다.
LG가 경기당 평균 90점을 허용해 인천 대우（86.8실점）에 이어 가장 낮은 실점을 보이는 까닭도 이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
이충희 감독은 "아직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두 규현이가 궂은 일을 묵묵히 해내기에 우리팀이 수비농구를 펼칠 수 있다"고 말한다.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