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선조들이 상투 튼 사연
기사입력 1998년 01월 06일 13시 34분
상투. 우리는 그 헤어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적이 있다.
일제의 단발령에 항거해 `내 머리카락을 자르려거든 차라리 머리를 잘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상투도 지리산의 청학동 선비 몇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진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남자들은 머리를 틀어서 올리는 상투를 했을까.
에로비안_의 자신있는 분석.
첫째, 작은 키를 커 보이게 함이다.
둘째, 단거리 달리기는 0.01초를 다툰다. 도착지점 테이프에 머리를 먼저 닿게 하기 위함이다.
셋째, 이 거 무지하게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IMF시대를 맞아 고통을 서로 나눠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상투야말로 `고통분담'의 원조였다.
아내가 아기를 낳을 때 남편은 분만실 밖에서 담배만 뻐끔거리고 있는 것이 요즘 사나이들의 의리이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다.
아내의 분만 고통이 크라이막스에 도달할 때 남편은 방문의 창호지를 뜯고 거기에서 상투를 드리밀었다. 산모는 그 걸(남편의 머리인 상투채) 붙잡고 기운을 써 계란 아니 아기를 뚝 떨어뜨렸던 것이다.
성인 남자의 머리카락 수는 평균 10만개라는데, 아내들이 아기 낳을 때와 아기를 낳게 하는 10개월 전의 `원인행사'(그 일 말이야 그 일) 할 때 밀고 잡아 당기느라 빠지고 약해져 서서히 대머리가 돼 간다는 확인되지 않은 학설이 시중에 떠 돈다.
이제 야그는 상투에서 `대머리'로 옮겨진다.
대머리 거지가 없듯 대머리는 대체로 잘산다는 통설이 있다.
그런데 작년 말에 석방된 모씨, 왜 `여러분은 교도소 가지 마세요'했던 그분말야 그 양반은 추징금 낼 돈이 없다고 한모양인데 어디엔가 꼭꼭 숨겨뒀을지 모르니 아무리 잘 숨어도 `머리카락 보일라'이니 꼭 찾아 내시라.
그 양반 얘기 나왔으니 이 에피소드 하나.
그 양반이 출옥 기념으로 오토바이 폭주족들과 어울려 심야의 거리를 과속으로 달렸다. 그는 워낙 겁이 없는지라 위험하게도 파이버를 쓰지 않았다.
뒤따라 추격해 오는 경찰순찰차에서 외치는 마이크 소리.
"살색 파이버, 멈추시오！ 살색 파이버 쓴 사람이 탄 오토바이 세우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