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식당가] 외국인'등심 불고기'-내국인'김밥'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5시 27분
`쇠고기 등심, 불고기는 외국인용 메뉴(?)'.
IMF 한파로 한국 스키어들이 김밥도시락이나 우동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있는 반면, 환율폭등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진 외국인들은 값비싼 쇠고기 등심이나 불고기로 식사를 하는 등 스키장에서의 내－외국인 소비행태가 역전됐다.
지난 4일 현대성우리조트 한식당.
대만인 가족으로 보이는 7명의 외국인스키어들이 테이블 2개를 붙여놓고 육질 좋기로 소문난 횡성 한우 등심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주한미군 가족이 유쾌하게 떠들며 불고기로 푸짐한 오찬을 즐기고 있었다.
비어있는 곳을 제외한 10개 테이블중 한국인은 불과 2테이블.
나머지는 모두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쓰는 외국인 일색이어서 언뜻 이곳이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용평, 보광휘닉스파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스키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이처럼 돈을 물쓰듯하는 것은 지난시즌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풍경이다.
한국인들이 1만∼2만원짜리 식사를 하는 동안 외국인들은 스낵코너에서 1천∼2천원짜리 햄버거나 핫도그로 요기를 하거나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한국인들이 김밥, 우동을 먹는 동안 외국인들은 한끼에 2만∼3만원에 달하는 등심이나 불고기를 먹는다.
달러대 원화 환율이 2배 이상 뛴 지금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값이 절반으로 떨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도 겨울휴가를 스키장에서 보냈다는 주한미군 로드리게스씨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얘기지만 지난시즌과 같은 휴가비로 훨씬 윤택하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대부분 눈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던 홍콩이나 대만인들도 이제는 스키를 타는 것은 물론이고, 강습까지 받는 등 씀씀이가 커졌다는 것이 스키장 관계자들의 귀띔.
현대성우리조트 스포츠영업부 홍계표부장은 "경제위기를 맞아 스키장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매출이 늘어나 도움이 되고 있다"며 "더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와 달러를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스키장 특소세 인상이나 야간스키 영업시간 단축 등의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