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4)'호랑이가 돼지 노린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5시 04분
호랑이해라 그런지 도처에서 호랑이 타령이다. 호랑이 해이니 호랑이가 민가에 내려와 돼지를 잡아먹기 시작한 것은 근친상간을 한 남매 때문이라는 티베트의 민담 한토막_.
지상에 첫 생명체가 생겨날 때의 일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한 청년이 욕망을 못이겨 여동생을 범했다. 여동생 또한 욕망을 참지 못해 오빠를 받아들였다. 남매는 문을 걸어잠그고 남몰래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번개가 번쩍하는 바람에 부사라는 정령이 그 광경을 보고 말았다.
"아니, 저 파렴치한 것들！ 남매간에는 짐승처럼 배때기를 맞대고 즐기는게 아니라는 것도 모르느냐！"
화가 난 부사는 독수리를 시켜 남매를 벌주도록 했다. 독수리가 현장을 덮치자 여동생 위에서 헐떡거리던 오빠가 "닭을 세마리 줄테니 눈감아 달라"고 사정했다. 독수리는 뇌물을 먹곤 모른 척했다.
부사는 다시 다람쥐를 시켜 남매에게 저주를 퍼붓고 오도록 했다. 다람쥐는 "이 악마의 탈을 쓴 놈들아！ 오빠 동생간에 다리를 벌리고 밤의 잔치를 벌이다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고 소리쳤다.
헐떡거리다 목이 다 쉰 여동생이 "옥수수를 줄테니 눈감아 달라"고 사정했다. 다람쥐도 뇌물을 먹곤 모른 척했다.
부사는 다시 새앙쥐를 시켜 남매를 혼내주도록 했다. 새앙쥐는 "너 자루（남자성기）랑 저기 조가비（여자성기）！ 이제 그만 하고 떨어져라. 너무 오래 하는구나！"라고 외쳤다.
한 손에 남근을 꽉 쥔 여동생이 "쌀을 줄테니 눈감아 달라"고 부탁했다. 새앙쥐도 뇌물을 먹곤 모른 척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부사는 마지막으로 호랑이를 불러 "내 대신 저 패륜아들을 삼켜버리도록 하라"고 소리쳤다.
호랑이는 기지개를 한번 켜곤 곧바로 남매가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 달려갔다. 그리곤 벽을 머리로 들이받아 구멍을 내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남매를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쩍 벌리는 것이었다.
바로 그순간, 두 남녀는 독한 사랑의 악취와 함께 마침내 사랑의 행위를 끝냈다. 남매는 "호랑이야, 제발 한번만 봐줘！ 마당에 살찐 돼지가 세 마리나 있어. 피로에 지친 우리의 몸뚱어리보다야 돼지가 훨씬 더 맛나지 않겠니?"라며 설득했다.
호랑이는 코를 벌름거리더니 돼지우리로 달려가 배를 채우곤 다시 숲 속으로 돌아갔다. 호랑이마저 뇌물에 눈이 멀어 부사의 명령을 거역한 것이다.
티베트의 민담은 `그날 이후로 독수리는 닭을, 다람쥐는 옥수수를, 새앙쥐는 쌀단지를, 호랑이는 돼지를 노리게 되었다'고 전해준다.
프랑스의 작가 앙리 구고가 쓴 `사랑의 책'（문학세계사）에 나오는 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