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3)19C부터 풍만한 가슴 선호
기사입력 1998년 01월 04일 15시 47분
"이승희 유방처럼 해주세요."
한동안 전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누드모델 이승희의 유방처럼 큼지막하게 만들어달라'는 처녀들로 돈푼깨나 만졌다고 한다.
누드집을 보면 이승희의 유방은 과연 탐스럽고 위풍당당하다. 아닌게 아니라 탱탱하고 볼륨감 있는 유방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18세기 로코코시대에는 아담한 크기의 유방을 최고로 쳤다. 구체적으로는 `한 손으로 쥐어서 약간 비어져 나올 정도'의 크기.
풍만한 유방이 작은 유방을 물리친 시기는 19세기 중엽. 이 시기는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절대군주제가 붕괴되고 시민사회가 출현한 때다. 이 시절엔 소형 유방이 구박을 받은 반면 오히려 대형 유방이 대접을 받았다.
큰 유방이 인기를 끌면서, 위축된 유방을 가진 여자들은 심리적으로도 위축됐다. 급기야 호떡 두개를 가슴에 붙여놓은 듯한 여자들은 유방을 크게 만들고, 크게 보이려는 고단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유방이 작은 여자들은 먼저 `프렌치 브래지어'라는 것을 가슴에 착용하기 사작했다. 요즘도 브래지어 회사들이 `가슴을 올려준다'며 신제품을 개발해 팔고 있는데 당시의 `프렌치 브래지어'도 가슴을 위로 올려붙여주는 특수형이었다. 어떤 여자들은 작은 유방을 `패드'로 보완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렌치 브래지어'나 `패드'는 문제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풍만해 보이지만 침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정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기 때문.
이런 사정을 눈치챈 19세기 말의 엉터리 상인들이 `실제 풍만한 가슴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광고로 가슴이 납작한 여성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유방의 영양소 `유노'를 복용하세요. 당신의 유방은 반드시 풍만하게 부풀어올라 아름다운 모양이 될거예요."
"이상적인 유방, 당사의 공기에 의한 유방 마사지기 `알리'를 한번 사용해 보세요. 만약 풍만하게 되지 않으면 당사는 대금을 환불해 드립니다."
"동양환의 유방 크림으로 마사지하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유방이 잘 발육하여 단단하고 예쁜 모양이 됩니다."
이런 광고문구에 현혹된 가슴이 납작한 여인들은 벌떼처럼 몰려들어 `유노'며 `알리' 따위를 구입했지만 효과는 0점이었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 그와 비례해 퇴폐성향이 나타나곤 한다. 그런 시기가 되면 그 사회는 또한 큰 유방을 선호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쪽에서 그 증거를 찾아보자.
조선후기 영_정조 때는 역사적으로 상당히 융성한 시기다. 그런데 당시의 풍속화들을 보면 유방이 대체적으로 풍만하고 원추형으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IMF시대를 맞아 사회 전반적으로 자동차고 전자제품이고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소형 선호성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여성들의 유방은 어떤 사이즈가 아름다운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