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마당쇠의 꿈(19)
기사입력 1998년 01월 04일 15시 39분
마당쇠로서는 승산이 있어서 시작한 싸움은 아니었다.
왕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고비이기에 승패에 관계없이 나선 것이었다.
게다가 대국과 팔철에게는 맺힌 원한이 있기에 복수를 위해서라도 칼을 뽑아야 했다.
호랑이는 어느 동물보다도 복수심이 강하지 않은가.
이미 1대2 전투에서 당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는 마당쇠는 아파트에 갇힌 채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도상훈련'을 충분히 한 상태였기에 어느 정도 자신도 있었다.
마당쇠는 우선 집중적으로 대국을 공략하면서 팔철의 공격을 피하는 작전을 쓰기로 했다.
싸움의 승산도 높이고 복수도 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어 더욱 좋은 작전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마당쇠의 장기는 파워였지만 1대2 대결에서는 힘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한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다가 나머지 한놈이 덤비면 잽싸게 피하거나 대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새하얀 눈밭에 피가 뿌려졌다.
대국의 목덜미와 마당쇠의 입에서 터진 피였다.
대국과 마당쇠의 입과 입이 부딪히는 순간 피가 튀었다.
그러나 싸움에 이골이 난 마당쇠는 앞발이 땅에 닿기 전에 대국의 목덜미를 물었다.
대국은 이미 마당쇠의 상대가 못됐다.
마당쇠는 가죽을 벗겨버리겠다는 듯이 이빨을 뒤흔들면서 팔철의 움직임을 살폈다.
팔철이 움직일 때마다 마당쇠도 발걸음을 떼었다.
대국은 훌륭한 방패 노릇을 했다.
조금전 대국에게 대권을 넘겨받은 팔철은 왕권 수호를 위해서라도 `1차 방어전'을 멋지게 해치우고 싶었지만 가운데에 대국이 있어 마땅한 공격 수순을 찾지 못했다.
마당쇠와 대국, 팔철은 시계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나 움직임에는 빈틈이 있는 법.
팔철이 점프를 하며 마당쇠의 등 위에 올라탔다.
팔철은 노련한 솜씨로 마당쇠의 목줄기를 잡아챘다.
아무리 집념에 불타는 마당쇠라도 대국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마당쇠의 우세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대국이 달려들어 마당쇠의 뒷다리를 물고 늘어졌다.
마당쇠는 결국 패트롤카의 중재가 있은 뒤 병원에 또다시 후송되는 신세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