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1)

기사입력 1998년 01월 04일 15시 16분

"윤의충이 정동행성 병마절도사가 되었소."

카라차르가 던지듯이 말하고는 김영을 바라보았다.

"고려인이 정3품의 대신이 된것은 처음있는 일이야."

감숙행성의 감주성안에 있는 성주 관사에 그들은 마주앉아 있었다.

한낮이었다. 창을 열어놓아서 창밖의 정원이 한눈에 바라보였다. 카라차르는 감숙행성병마절도사겸 성장(省長)인 것이다.

"황제께서는 당장에 남송정벌이 화급한 일이라 그자를 우선 무마 하시려는게지."

김영이 머리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쿠빌라이의 이복동생인 카라차르와 결혼한지 6개월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제 그녀는 카라차르의 정부인이자 황실 가문의 사람이다.

"남송정벌이 끝나면 다음에는 그사람을 정벌할 것인가요?"

"황제의 흉중을 알수가 있나?"

카라차르가 수염끝을 올리며 웃었다.

"하쿠치와 유루칸을 격파한 실력의 무장이니 그자를 중용할수도 있지."

이미 전부터 카라차르는 김영과 윤의충의 관계를 아는 것이다. 그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당신이 나하고 혼인하지 않았더라면 그자와 맺어질수도 있었을텐데."

"심한 말씀입니다."

김영이 정색을 했다.

"모두 지난 일입니다. 저는 감숙성주의 아내로 만족합니다."

"미안하오. 나는 잠깐 황제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았던거요."

카라차르는 30대 후반으로 사려깊은 사내였다. 황족이라고 위세만 부릴수는 없는 세상이다.

세력이 커지면 가차없이 제거 되는데다 또한 실력이 없으면 도태 당한다. 살얼음을 딛는것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카라차르가 부드러운 시선으로 김영을 바라보았다.

"내가 남송정벌군의 일익을 맡게 될것 같소. 한두달로 끝날 전쟁이 아니어서 꽤 오래 떠나있어야 될것이오."

"언제 떠나십니까?"

김영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다. 반년동안 살을 맞대고 살아온 남편이다.

차츰 지난날의 상처가 가셔지면서 새 생활에 적응되어가는 중이었다. 카라차르는 자상한 남편이었던 것이다.

"곧 폐하의 명이 내려질 것이오."

"부디 건승 하시기를."

"아이를 잘 보중하시오."

그의 시선이 김영의 배에 머물렀다가 떼어졌다.

"카라차르의 피를 이은 자식이니 제국의 영토를 통치하게될 놈이오."

"여자애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부끄러운듯 김영이 웃자 그가 따라 웃었다.

"여자애면 공주가 되겠지. 당신의 미모를 타고 난다면 황비가 될수도 있을 것이오."

이미 김영의 몸에는 카라차르의 씨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카라차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청에 나가려는 것이다.

"어쨌든 윤의충 덕분으로 고려는 몽골군의 침입을 받지 않았소. 고려 백성에게 그자는 은인이야."

따라 일어선 그녀를 향해 그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당신 부친은 사람 보는 안목이 있었던것 같소."

"고려왕에게 그는 아직도 역적입니다."

그러자 카라차르가 머리를 끄덕였다.

"아마 지금쯤 불안해 하겠지."

정동행성 병마절도사면 고려왕과 동격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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