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 통렬한 정치풍자극
기사입력 1998년 01월 02일 15시 29분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작가 다리오 포의 희곡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산울림은 다리오 포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오증자 번역, 채윤일 연출)를 15일부터 3월 15일까지 서울 신촌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것.
익살, 냉소, 해학의 통렬한 정치 풍자 코미디인 이 무대는 1921년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한 무정부주의자를 신문하던 중 죽게되자, 경찰은 그를 창밖으로 내던져 추락사시키고는 투신자살했다고 허위발표하지만 뒤늦게 사법부의 조사로 인해 그 진상이 드러난다는 게 극의 흐름.
이 사건을 소재로 다리오 포는 1970년대 이탈리아의 정치적 억압상황을 너무나도 성공적으로 폭로, 권력중심부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그러나 포는 "우리는 우리가 공연했던 바로 그 소극(파스)보다도 더 기괴하고 우수꽝스러운 온갖 종류의 박해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었다.
특히 이 작품은 자칫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건을 작가 특유의 통렬한 풍자와 재치있는 인물을 등장시켜 활기찬 희극의 범주로까지 끌어 올려놓고 있어 재기발랄한 작가의 재능을 보게한다.
한 집단의 권력유지를 위해 조작, 은폐되는 정치적 속임수는 어느시대 어느사회에서나 구조적인 범죄로 나타나고 있음을 유쾌한 웃음 속에 신랄하게 폭로하고 있다.
포는 이 작품을 통해 정치의 메커니즘이란 본시 황당무계한 코미디임을 밝혀낸다. 따라서 정치를 푸는 연극은 결과가 아무리 비극적이라고 하더라도 기괴하고 황당한 소극이 최적이라고 판단, 이탈리아 전통희극 양식인 `코메디아 델 아르테'의 어릿광대 역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미치광이 어릿광대역에는 지난해 최고의 배우로 주목을 받은 안석환이 등장, 미치광이－경위－고등법원판사－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교황청주교 등 1인 5역을 맡아 눈부신 변신연기를 펼친다.
시경국장에는 개성파 배우로 뜸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정재진, 형사부장에는 이창직, 정보부장에는 연우무대의 이대연, 여기자에는 연기파 배우 조성희가 출연, 앙상블을 이룬다. 화∼목 오후 7시. 금 토 공휴일 오후 3, 7시. 일 오후 3시. (02)334－5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