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해돋이미팅] 첫일출 바라보며 사랑의 약속
기사입력 1998년 01월 02일 14시 51분
"새해는 새애인과 함께 바닷가를 거닐게 해주시고 면사포도 쓰게 해 주시기를…."
무인년 새해아침이 밝아온 1일 오전 7시45분 강원도 정동진역 앞 바닷가.
열차와 관광버스, 승용차 등을 이용, 밤새 달려와 백사장을 가득 메운 1만5천여 관광객들의 `해돋이 기원'으로 엄숙함마저 감돌았다.
이들 가운데 지난밤 11시58분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 7시간에 걸친 긴 여행끝에 이곳에 도착한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선남선녀 82명의 감회는 남달랐다.
미팅결혼전문알선업체 선우이벤트가 주최한 `범띠해 해돋이미팅' 참가자자들이 바로 그들.
저마다 밤새 짝짓기에 열을 올리며 새애인을 맞은 이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붉은 태양'의 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출이 예고된 오전 7시47분이 다가올수록 파트너와 손을 꼭 잡은 참가자들의 가슴은 더욱 가빠졌고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오색풍선은 꿈을 싣고 하늘을 날았다.
하지만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일출'을 예고하던 태양은 이내 잔뜩 낀 구름속에 묻혀 버렸고 8시가 넘어서도 꿈에 그리던 태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정희양(24)은 "한참동안 하늘을 붉게 물들이다 순간적으로 동그란 태양이 불쑥 떠오른다는 정동진 해돋이의 장관을 새애인과 함께 맞을 것을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그래도 새애인이 생기게 된 만큼 마음의 태양은 떠올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밤새 파트너와 함께 접은 종이학에 소망을 담아 파도에 띄워 보낸 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거닐거나 파도피하기 놀이를 하는 등 `새해 새출발'을 향한 유쾌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지난밤 9시.
새애인에 대한 꿈을 안고 서울 대학로에 집결, 정동진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이들이 타고 2시간여동안 남산식물원 등을 돌던 2대의 관광버스는 짝짓기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해돋이 열차에 오를 때 이들은 이미 사랑과 젊음으로 하나였으며 청량리역을 빠져나가는 기차의 기적소리를 신호로 새해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파트너와 진한 포옹을 하기도 했다.
열차가 어둠을 가르며 동해를 향해 달리는 동안 남자 참가자 41명이 여자 참가자 41명이 앉아 있는 자리를 번갈아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즐기는 등 사랑의 도가니로 빠져 들어만 갔다.
특히 방송 전문 MC 조영구씨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어도 고백을 못하는 참가자에 용기를 북돋워 커플로 연결시켜주는 등 능수능란한 솜씨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