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겉멋 돈에 물들지 않은 '큰그릇'
기사입력 1998년 01월 02일 14시 31분
축구스타인 한국의 최용수(崔龍洙．24．상무)와 일본의 나카타(中田．20．벨마레).
얼핏 보기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풍기는 라이벌 관계다.
하지만 이들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나란히 양국의 청소년대표와 96애틀랜타올림픽대표를 거쳐 98프랑스월드컵대표에 이르기까지 리듬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눈에 띈다.
월드컵 최종예선서 최고의 명성을 떨친 양국의 `보배'라는 점, 차세대 양국의 대들보라는 점에서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 최근 또하나의 공통점이 밝혀져 관심을 끈다.
바로 `큰 그릇'으로서의 자질까지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얼마전 최용수는 각 방송사들로부터 쇄도하는 TV출연 요청을 모두 거절한 적이 있다.
MBC TV의 `10시 임성훈입니다', KBS 1TV의 `체험！ 삶의 현장', KBS 2TV의 `TV는 사랑을 싣고' `엄앵란 이택림의 사랑방', SBS TV의 `게임쇼 하이파이브'….
여기에 라디오까지 합치면 줄잡아 20개 프로가 넘는다.
하지만 최용수는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자칫 마음에 바람이라도 들까봐 자신에게 쏟아질 조명과 인기를 미리 막은 것이다.
한편 나카타는 금전적인 유혹에 대해 돌부처 같은 담담함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끈데 이어 월드 올스타로 뽑히면서 광고업계의 타깃으로 부상, 일약 돈방석에 앉게 됐으나 그 역시 대부분의 제의를 거절했다.
최근 그에게 들어온 광고모델 제의는 30여건에 달한다.
일본의 광고업계가 분석한 나카타의 모델료는 건당 2천500만엔 정도.
따라서 모델제의에 모두 응했더라면 적어도 7억5천만엔의 거금을 챙길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그도 최용수처럼 한사코 고개를 내저었다.
팬들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돈으로 오염시키지 않겠다는 속깊은 결론이 섰던 것이다.
대신 그는 자신의 `차가운' 이미지에 걸맞은 몇개의 광고에만 출연키로 했단다.
기성세대들로부터 대충 `천방지축(天方地軸)' 정도로 표현되는 신세대들.
하지만 그들은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애송이'들만은 아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