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길가에 집 짓지 못한 사연
기사입력 1997년 07월 01일 14시 26분
옛날엔 동네마다 왈리왈시꾼이 한명쯤은 꼭 있었단다.
한자로 쓰질 않아서 왈리왈시라는 말의 뜻을 알지 못한 분들도 계실텐데,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일용엄니로 알면 된다.
부르지도 않은 곳에 잘도 나타나 이 참견 저 참견을 해 대는데 그 솜씨가 가히 미주알 고주알이다.
그 전엔 길가에 집을 짓지도 못했다고 한다. 오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해 대고 그 고견(?)들을 다 들어 주려면 한달 걸릴 집이 1년은 족히 걸리곤 했다지 않은가.
행인1 "담이 이렇게 높아서야 어디 감옥이지 사람 사는 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주인 "네, 담을 좀 낮추죠."
행인2 "아니 이거 담입니까, 아님 내 집이라는 경계입니까? 집이란 가려져야 도둑은 물론 비바람과 햇볕도 막죠. 또 여름에 목물이라도 한 번 할 수 있겠습니까?"
주인 "담을 높이죠."
담 하나만 두고도 높으면 높다, 낮으면 낮다, 적당하면 특색이 없다…. 그러나 참견을 하는 사람이나 간섭을 듣는 사람 모두 싫어하진 않았다고 하지. 남 일에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우리네 정이었으니 그 정 한번 신기도 하다.
지금 세상은 필자가 봐도 많이 변했다. 가끔 도망치는 강도, 소매치기등을 쫓아가 기어이 잡거나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 의인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남의 일에 나서는 사람을 보기가 아주 힘들어졌다.
이 사람의 경우도 좀 보시라.
밤 늦은 시간 지하철 안.
웬 치한이 거칠게 한 아가씨를 희롱하고 있었다.
승객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무서워선지 남 일에 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인지….
어떤 할머니가 승객 중 30대 후반으로 비교적 젊고 체격이 좋은 신사에게 말했다.
"아니 지금 이 걸 보구만 있을 거유? 저 아가씨 좀 도와 줘요！"
그러자 건장한 체격의 신사 왈,
"전 한 번 실수하지 두번 실수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 마누라도 꼭 이런 상황에서 도와 주다 만났다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