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반역 (20)

기사입력 1997년 07월 01일 14시 05분


"무슨 말이오?"

윤의충이 묻자 안화옥은 목소리를 낮췄다.

"장군께선 지금 오덕도에 가십니까?"

"그렇소만."

"이목이 없는 곳에서 여쭐 말씀이 있습니다."

안화옥을 바라보던 윤의충이 머리를 끄덕였다.

잠시후에 그들은 목사관 안의 객청에 들어섰다.

스무평 정도의 빈 마루방으로 진주목이 번성했던 전란 이전에는 외지 손님들을 맞던 곳이다.

그러나 요즘은 언제나 빈방으로 남겨져 있다. 마루바닥에 마주앉은 안화옥이 입을 열었다.

"장군과 아버님의 말씀을 엿들었습니다."

그녀가 똑바로 윤의충을 바라보았다.

"장군께선 그자들이 일본에 가도록 두실 생각입니까?"

"그건 왜 묻소?"

"그자들의 일본행이 우리 고려국에는 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윤의충이 쓴웃음을 지었다.

"낭자는 갈수록 기질이 강해 지는구려. 처음 보았을때는 입도 떼지 않을것 같더니만."

"사람에 따라서 다르지요."

시선을 내린 안화옥이 말을 이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고려국에 해가되건 이롭건 간에 내가 임의로 할수가 없소. 시중대감의 지시가 없는한."





















































"시중대감 뿐만이 아니라 왕도 몽골사신의 일본행을 막고싶어 하실겁니다."

안화옥이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물정을 모르기는 일본인도 마찬가지여서 복속을 권하는 몽골사신을 베기라도 한다면 쿠빌라이는 남송정벌을 젖혀두고 이기회에 고려와 일본을 완전히 병탄하려고 들지도 모릅니다."

"…."

"고려에 몽골군이 대거 진입해오면 양병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고려는 일본정벌의 선봉이 되어 전국토는 완전히 유린 당하게 되지요."

윤의충이 머리를 끄덕였다.

"낭자의 말이 옳기는 하나 막는다고해서 단념할 몽골인들이 아니오."

"시간을 벌수 있습니다. 풍랑으로 사신들이 탄 배가 뒤집힌다면 다음 사신이 올때까지 시간이 걸릴것이고 그동안 남송과의 전쟁이 격렬해질 터인즉 그때에는 일본에 정신을 쏟을 여력이 없어집니다."

"낭자가 병권을 쥐었다면 벌써 고려왕조가 남아있지 않았겠소."

"고려는 왕씨를 위한 땅이 아니올시다. 태조 왕건도 궁예의 부하로 있다가 일어섰지 않습니까? 성즉 군왕이요 패즉 역적일 뿐입니다."

"허어."

상체를 젖힌 윤의충이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입이 거친 무장일지라도 이런말은 하지 않는다.

겉은 그늘진 연꽃처럼 보였지만 안화옥은 불덩이를 품고 있는것 같았다. 겉과 속이 김영과는 전혀 다른 여자인 것이다.

안화옥이 다시 시선을 내렸다. 두 무릎에 내려놓은 손이 어느덧 주먹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버님을 따라 전란에 휩싸인 고려땅을 전전하면서 병서와 음양서, 환술까지 닥치는대로 읽고 배웠습니다. 그리고는."

머리를 든 그녀가 윤의충과 시선을 맞췄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배운것을 응용할 기회를."

"…."

"장군과 저는 남녀의 인연은 약합니다. 그래서 지난번에 남자가 있다고 거짓말을 한것입니다."